The Greeks: Crucible of Civilization 고대 그리스 역사 다큐멘터리 2/2

이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인데, 어릴 때 한국에서 고대 아테나이의 민주정치에 대해서 배울 때 교과서에서 아테나이의 민주정치를 너무 과하게 비판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교과과정 중 늘 아테나이 민주정치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부녀자, 노예, 외국인에게 참정권이 없는 제한적 민주주의였다"라는 부분이 시험에서도 계속 나오고 그랬어요.

 

기원전 500년 경의 당시 전 세계를 다 알 수 없지만 동시대 다른 국가들에서는 시민들이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민주적인 의회체계의 자체가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당시의 아테나이는 엄청난 신분사회 + 성차별 사회라서 귀족 여성들도 1차 시민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강력한 군국주의 도시국가 스파르타에서의 여성 지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고 하더군요.

 

"아테네 학당" 중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작가: Raphael)

 

노예가 참정권이 없었다고 제한적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하지요. 고대시대에 그 어느 곳에서도 노예를 사람 취급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봅니다. 슬프게도 노예는 사람이 아닌 소유자의 사유재산이거든요. 그래서 노예가 된다는 것이 정말 무서운 겁니다. ㅠㅠ 사람이 아닌 사유재산에 참정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고대사회에서 절대 이해가 되지 않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노예의 수가 자유인의 수보다 많고 노예의 참정권이 인정된다면 노예의 의견이 자유인의 의견을 묻어 버립니다.

 

현대 국가에서도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주는 곳은 거의 없을 겁니다. 게다가 아테나이는 도시 국가로 외국인에게 쉽게 시민권을 줘 정책에 참여하게 한다면 아테나이 원 시민보다 외국인의 수가 너무 많아져 국가 자체의 존폐가 위협될 수 있습니다. 현대 기준으로 비춰봐도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왜 외국인이 참정권을 가져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미국에서도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이 참정권을 갖게 된 것은 1870년에 추가된 헌법 수정조항 제 15조에 의해서였습니다. 이 헌법 수정을 통해 인종이나 과거 노예신분이었던 것에 상관없이 흑인 남성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졌지만 백인여성을 비롯한 여성에게는 아직도 참정권이 없었습니다. 여성의 참정권은 1870년 해방 남성노예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던 헌법 수정조항 제15조 이후 딱 50년이 지난 1920년 헌법 수정조항 제19조에 의해서 비로소 부여됩니다.

 

미국만 보더라도 법적으로 노예제가 폐지되고 인종에 관계없이 남성이 참정권을 받은 것은 140여년 정도, 여성들이 참정권을 가진 것은 9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얼마 전의 일입니다. 유럽에서도 근대까지 참정권은 백인 남성, 그중에서도 어느 정도 사유재산이 있는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2,500여 년 전의 고대 아테나이에게 뭘 그렇게 바라는지...

 

그래서 아테나이의 민주주의를 제한적 민주주의라고 강조하면서 비판하는 자체가 사실 좀 심한 잣대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아테나이의 민주주의에서 여성, 노예, 외국인의 참정권이 없었기에 제한적 민주주의라고 규정한다면, 2,500여년이 지난 현대의 한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현대 국가들도 외국인 참정권이 거의 없으므로 제한적 민주주의라고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해당 국가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끼쳐 국가 존폐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문제라서 애당초 논란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무튼 "The Greeks: Crucible of Civilization"의 1부 The Revolution에서는 고대 아테나이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이 시기까지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저는 1부 시청만 마쳤는데 2부와 3부에서는 당시 최강국이였던 페르시아 제국의 여러 차례 침략에 맞붙어 아테나이를 중심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그리스를 우선 그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페르시아 침략전쟁을 통해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결속인 델로스 연맹 (Delian League)을 가져오게 되는 것과 아테나이와 스파르타의 갈등 및 전쟁 그리고 펠로폰네스 전쟁 (Peloponnesian War) 등을 통한 스파르타의 최종 승리로 아테나이의 몰락, 그리스 고전기 예술과 문화의 발달 등이 2-3부를 통해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테나이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라 스파르타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서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되는 필리포스 2세의 세력 확장이나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전쟁은 다루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부분들도 학교 때 배워서 대충 다 아는 역사지만 복습도 할 겸해서 이 다큐멘터리 3편까지 시청 후 따로 관련 책들이나 자료를 읽어 보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PBS)

 

책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렇게 잘 정리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접하면 이해도 쉽고 눈과 귀를 통해 정보를 얻기 때문에 기억도 오래가서 좋습니다. "The Greeks: Crucible of Civilization"은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하기보다 고대 그리스 고전기 입문에 가깝기 때문에 시청을 마친 후 추가 자료를 찾아 공부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겁니다.

 

 

The Greeks: Crucible of Civilization 고대 그리스 역사 다큐멘터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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