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의 반가운 선물

저에게도 친구가 참 많이 있었는데 이민을 오고 해가 지나가면서 한둘씩 점점 연락이 끊기고 연락을 하더라도 공유하는 바가 많이 달라지게 되더군요. 저도 한국에서 자라 교육을 받았지만 이민생활에 사는 환경이 다르니까 친했던 친구들이라도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고 그래서 정서적으로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저와 잊지 않고 계속 연락을 끊지않고 하는 오랜 벗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인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노리꼬.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그전에는 대만에서 유학하며 중국어 공부도 했기에 동북아 3개 국어(일본어, 한국어, 중국어)가 능통한 멋진 사람입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아 제가 언니라고 부르지만 거의 친구 수준이지요. 말도 잘 통하고 이해심도 깊고. 보기 드문 좋은 인성을 가진 친구입니다.

 

많이들 일본인들은 겉마음과 속마음이 다르다고 하지만 제가 겪은 오랜 친구 노리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마 제가 친구 운이 좋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해 준 고마운 벗입니다.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간접적으로 노리꼬의 덕이라고도 할 수 있기에 저에게는 인생에 걸쳐 고마운 “은인”이기도 하구요.

 

제가 미국으로 이민을 온 후에도 노리꼬와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계속 연락을 해오고 있습니다. 서로가 생활이 바쁘니까 예전처럼 자주 하는 연락은 힘들더라고요. 노리꼬는 제 생일이 되면 꼭 카드를 보내 챙겨주고, 새해에는 제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단한 선물들을 보내 줍니다. 우편은 제게 보내는 것이지만 헬로우 키디 같은 캐릭터 달력 선물은 제 아이들 즐기라고 보내준 것이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지요. 엄마의 외국인 친구가 그것도 일본에서 매년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고 안부를 전하는 것이 참 신기한가 봅니다.

 

저도 이곳 서북미의 특산품을 보내주기도 하지요. 그런데 미국이라는 곳이 특산품이라고 하면 대부분 상업성 제품들(영화, 음악, 스포츠 등등)과 연관이 있어 이런 것을 배제하려는 저에게 상당한 고민을 주었지요.

 

서북미의 대표 특산품이라면 절키(jerky)라고 불리는 육포와 야생 훈제연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육포는 미국 원주민들의 음식에서 발달되어 현대화된 형태로 미국 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사랑받고 있는 미국 음식이지요. 저는 육포를 좋아하지 않아 처음에는 참 꺼려졌는데 둘째 애를 가졌을 때 입덧을 하면서 입에 많이 당기더군요. 지금은 이제 아주 잘 먹습니다. 연어는 알래스카, 워싱턴, 오레곤에 걸쳐 흔히 볼 수 있는 어종이지요. 연어가 알을 낳으려 바다에서 회귀하여 강에서 헤엄치는 걸 저희가 사는 근처의 강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파는 시중의 훈제연어는 대부분 알라스카 야생 연어를 훈제한 것으로 맛도 꽤 좋더군요.

 

쇠고기 육포 (beef jerky)
훈제연어 (smoked salmon)

 

노리꼬에게는 제가 한번 야생 훈제연어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일본인이라 생선을 좋아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아무래도 음식을 보내는 것은 각 나라마다의 입맛이 달라 별로 좋은 선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포는 좀 흔한 감이 있고 이제는 상업성 제품이라도 미국적인 것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작년에는 시애틀의 유명한 야구단이자 일본인 이치로가 맹활약하는 매리너즈(Mariners)의 후드셔츠를 보내주었지요. 노리꼬가 흡족해하는 것 같아 저도 기뻤습니다.

 

어제 저는 노리꼬가 보낸 신년 선물을 또 받았습니다. 간단한 선물이지만 절 잊지 않는 고마운 친구의 정이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선물 중 인스턴트 녹차는 마시려고 물에 타보니 카푸치노 같이 거품 비슷한 것이 생기고 나름 재밌습니다.

 

신년 카드와 함께 보내준 인스턴트 녹차팩, 헬로우 키디 메모패드 (제 아이들이 지금 이걸 눈독들이고 있습니다... ㅠㅠ), 그리고 저 쓰라고 보낸 조그만 핸드크림

 

우정을 지속하고 가끔씩 연락을 해도 서로의 따뜻함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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