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려 잠 못 이루는 시애틀 :)
- 노라네 이야기
- 2010. 12. 15. 23:00
미국 내 대도시 중 비가 많이 온다고 유명한 시애틀은 우기를 맞아 요즘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습니다. 우기가 한창인 시기라서 비가 오는 건 당연하지만 워낙 많이 오니까 좀 불편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비 피해 소식도 많이 들립니다. 산사태가 나서 집이 무너진 경우도 있고 강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홍수피해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은 주로 밤중에 비가 더 심하게 내립니다. 자면서 들어보면 큰 물탱크가 터져서 지붕에 직접 쏟아내리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빗소리를 너무 좋아해서 견딜만하지만 집안에만 꽁꽁 갇혀서 몇일을 있으려니 좀 답답하기도 하군요. 그래서 엊그제는 비가 잠시 소강인 틈을 타서 나가서 걸어 다니고 쇼핑도 하고 이리저리 시간을 때워봤습니다.
태평양해안 북미에 엄청 쏟아내는 비구름이 하와이 근교에서 발생해 제트기류를 타고 미 북서부와 캐나다 BC로 몰려오기 때문에 흔히들 파인애플 익스프레스(Pineapple Express) 또는 파인애플 커넥션(Pineapple Connection)이라고 부릅니다. 심할 때는 하와인 근교 태평양의 습한 비구름이 소방호수에서 물을 뿜는 것처럼 비를 내립니다.
2년 전 2008년 11월에도 비가 참 많이 왔지요. 11월 한달내내 + 한 십여 일 더 내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끼리 농담으로 40일간 비가 왔지만 노아의 대홍수는 없었다고 말하곤 했지요. 제가 아는 지인은 그때 동부에서 처음 이사를 왔는데 날씨에 하도 놀래서 충격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기도 합니다.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라고 하니까 딱 떠오른 것이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2008년 코메디 영화 제목이 “파인애플 익스프레스”였지요. 여기서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는 잘 정제된 고급 상품의 마리화나를 부르는 것으로 미국 서북미에 뿜어 나오듯 내리는 비구름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서북미 비구름은 하와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파인애플이 연상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거든요.
갑자기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영화 얘기를 하니까 재밌게 봤던 그 영화가 다시 생각나네요. 전 “반지의 제왕”같이 잘 만들어진 영화도 좋지만 파인애플 익스프레스처럼 생각없이 계속 배 아프게 웃을 수 있는 영화도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라고 멍청하게 만든 건 No! No! 억지로 웃기려 하거나 과장된 연기 및 연출의 코미디 영화는 재미도 없고 시간만 아깝다고 느끼거든요.
파인애플 익스프레스에 출연했던 두 배우 제임스 프랭코(James Franco)와 대니 R. 맥브라이드(Danny R. McBride)가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과 함께 새 코메디 영화 “Your Highness”를 찍었더군요. 미국에서는 2011년 4월 개봉예정인데 예고를 보니까 엄청 재미나 보입니다. 제가 아이들이 있어 극장 가서 관람하기는 좀 그렇고 DVD 나오면 꼭 우선순위로 빌려서 남편과 함께 깔깔거리며 봐야겠습니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날씨 이야기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모든 것은 silver lining이 있는 법! 이 파인애플 익스프레스가 몰고오는 비 덕분에 전반적인 겨울철 온도는 온화한 편입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더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1990년대 중반 한 12월에는 낮 최고기온이 63°F(약 17°C)까지도 올라간 적도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비 덕분에 산림이 우거진 우림이 발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림은 열대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저희가 사는 북태평양 서북미 지역도 우기의 비 덕분에 우림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혹시 시애틀 근처로 이사를 올 계획이 있으시면 집을 구할때 우선은 몇 가지 점에서 유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1. 가을~초봄에 걸쳐 비가 엄청 내리는 우기를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대부분 건기에 집을 구하게 될 것 같은데 건조하고 날씨 좋은 건기가 계속 지속되는 것이 아니므로, 홍수피해가 가능한 지역에는 집을 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강이 가까이 있어도 지대가 한참 높으면 별 걱정이 없지만 지대가 낮으면서 강이 가까이 있는 곳은 정말 위험할 수 있습니다.
2.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우기에는 지반이 아주 약해질 수 있습니다.
즉, 산사태가 생기기 쉽다는 것입니다. 안전해 보이고 경치가 좋아도 언덕 가장자리에 지여진 집이나 언덕 바로 아래 있는 집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시애틀도 환태평양 화산대의 일부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지대이기 때문에 언덕 가장자리나 언덕 바로밑은 지진발생 시 별로 안전한 자리는 아니지요.
올해는 비가 많이 왔던 2008년처럼 태평양 평균수온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0.5°C정도 낮은 라니냐(La Nina) 현상의 발생으로 비가 많이 내릴 것 같다고 하네요. 한국에 사시는 분들 중 비가 넘넘넘 좋아서 참을 수 없는 분들이나 관광 중에 비가 너무 와서 실내 쇼핑몰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좋으신 분들이 계시면 시애틀에서 올 겨울을 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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