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1일 개기월식

제가 사는 미국 서부시간으로 어젯밤 (12월 20일~21일) 개기월식 총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개기월식은 북미 전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이벤트였지요. 한국에서는 달이 뜨기 전인 오후 2시 30분경부터 시작해 달이 뜨는 5시 30분경부터 월식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시애틀에서는 어제 낮에 비가 내려서 월식을 볼 수 없을까 봐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비는 멈추고 저녁 7시경에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보이긴 했는데 하늘 전체를 얇게 덮은 구름 때문에 “보름달이 저기 있구나” 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서부 시간으로 9시 30 경분부터 시작되는 개기월식의 전 과정을 보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에 아이들을 재우고 저와 남편은 TV를 보며 잡담을 하고 있었고요.

 

자정이 다 되어가는 11시 30분경, 혹시나 싶어서 잠자기 전 밖을 내다보니 하늘을 덮은 구름이 많이 얇아져서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 달 – 개기월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워낙 제가 별일 아닌 것에도 흥분을 잘해서 부랴부랴 아이들 방으로 뛰어가 자는 첫째와 둘째를 깨우고 파자마 위에 재킷을 걸친 후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2010년 12월 21일 개기월식,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촬영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저희가 나가서 개기월식을 볼 때는 벌써 월식이 상당 부분 진행되어 초승달처럼 보였는데 금방 몇 분 후에는 달이 거의 사라지더군요. 아이들이 어찌나 흥분하던지... 저도 신나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제 사진은 별로네요. 그래서 위의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 위 사진은 플로리다 잭슨빌(Jacksonville, FL)에서 찍은 것입니다.

 

이건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

 

미신적이라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이번 개기월식은 372년 만에 동지 때에 발생한 것이라서 말 좋아하고 점성술 좋아하는 분들이 이 개기월식에 많은 의미를 두더군요. 사실 일식은 지구에서 봤을 때 태양이 달에 일시적으로 가려지는 것이고, 월식은 지구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현상이지만 멀쩡하던 해나 달이 사라지니 선사시대 그 이전부터 인간에게는 이 현상들이 참으로 경이롭고 두려웠을 겁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라졌다 “는 부분이 강조되어 왕조나 왕의 교체 또는 커다란 격변기가 생길 것이라는 예언을 했었겠지요.

 

아직도 이런 심리적인 유산이 남아 예언 좋아하는 분들은 심각하게 생각하나 봅니다. 특히나 해가 다시 길어지는 동지나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하지 시기의 개기일식이나 개기월식은 더욱더 의미심장하게 생각될 수도 있었겠지요.

 

북반구에서 겨울철에 개기월식이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지난 10년간에만도 벌써 3차례나 개기월식이 겨울철에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개기월식이 정확히 동짓날에 발생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하는군요. 미해군 관측소의 제프 체스터는 지난 2000년간을 돌아봤을 때 서기 1년부터 지금까지 동짓날에 개기월식이 발생한 것은 1638년 12월 21일 이후 어제 개기월식이 372년 만에 두 번째라고 합니다. 즉, 지난 2010년 동안 지금까지 단 2번의 개기월식이 동짓날에 발생한 겁니다.

 

다음 동짓날 개기월식은 상대적으로 그리 멀지 않네요. 지금부터 84년 후인 2094년 12월 21일에 동짓날 개기월식이 일어날 예정입니다. 따라서 어제의 개기월식을 관찰하셨다면 흔하지 않은 천문현상의 증인이 되신 겁니다!

 

내년 2011년에는 6월 15일과 12월 10일경에 6개월 간격으로 2번의 개기월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6월 것은 북미에서는 관찰할 수 없고, 12월 것은 달이 질 때 북미에서 개기월식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제 개기월식이 달이 뜰 때 관찰된 것과 달리 2011년 6월 것의 경우 달이 질 때 (새벽이 되겠군요) 볼 수 있고, 12월의 것은 총 개기월식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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