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나데시코 (やまとなでしこ, 한국판: 내사랑 사쿠라코) 2/2
- 잡다한 연예부
- 2011. 2. 18. 07:00
돈 많은 남자를 만나는 게 인생 최대 목표였던 진노 사쿠라코가 니카하라 오스케(츠츠미 신이치 분)을 만나고 난 후 인생이 꼬이게 됩니다. 어머니를 도와 생선 가게를 운영하는 35세의 남성. 도쿄대(제 기억으로는 도쿄대였던 것 같습니다)에서 수학을 전공했을 때는 수재라고 자타가 공인했으나 미국 보스턴(그 학교가 MIT였는지 하버드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에서 유학하면서 자신이 그저 그 많은 우수한 학생 중에 한 사람일 뿐이란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입게 됩니다. 게다가 여자친구도 떠나고...
아버지의 사망은 그저 핑게일 뿐 자존심과 자신감에 상처를 입고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일본에 돌아와 어머니의 생선 가게를 운영하게 되지요. 다분히 도피성 행동인 셈입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니카하라 오스케보다 수학에 뛰어나지 않았던 동기들은 미국 유학을 그럭저럭 마치고 일본에 돌아와 모두들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지요. 그게 바로 미국 유학의 힘인가 봅니다. ㅠㅠ
사진출처: Daum 영화
주인공 니카하라 오스케의 이런 섬세한 감정과 좌절같은 부분들이 야마토나데시코에서는 잘 그려져 있었습니다. 진노 사쿠라코가 돈에 집착하고 골드 디거(gold digger)처럼 돈 많은 남자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설득력이 있었구요. 그리고 진노 사쿠라코가 절대로, 절대로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생선 가게 아저씨 니카하라 오스케에게 계속 얽히게 되고 점점 마음이 끌리게 되는 과정들도 개인성있고 아름답게 잘 그려져 있었습니다.
일본판인 야마토나데시코에서는 한국판에서 보여줬던 정신이상적인 조연들의 캐랙터도 없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생활방식하에서 이해되는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극의 모든 캐랙터들이 잘 짜여져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존재하고 있었지요.
진노 사쿠라코가 부정하려고 할수록 니카하라 오스케에 대한 가슴깊은 감정이 생깁니다.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부잣집 병원원장의 아들과의 결혼식 당일, 사쿠라코는 오스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결혼식도 팽게친 채 정신없이 그에게로 뛰어가지요. 당연히 그녀와 병원원장 아들의 결혼식은 완전히 망쳐졌습니다. 참 계산적인 여자였는데 막상 마음에 품었던 남자가 아프다는 소리에 머리보다도 가슴을 따랐던 그녀. 정말 미워할 수가 없더군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판에서 보여줬던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그런 내용이 없어도 이야기를 참 아름답고 설득력있게 꾸몄구나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이 아름답게 잘 그려진 수채화를 본 느낌이랄까, 뭐 그랬습니다. 그리고 극중 남 여 주인공들의 나이대 설정도 적당해서 유학에서의 좌절에 의한 도피성 행동이나 돈 많은 남자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기 부족함이 없어 보였지요. 하지만 한국판 요조숙녀에서는 특히 남자 주인공의 나이가 좀 어리게 느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이 이후로 일본 드라마에 빠져 한 3편 정도 더 봤었는데 그건 또 제 정서와 상당히 맞지 않더군요. “GTO(Great Teacher Onizuka, 한국어 제목: 반항하지마)”는 성폭력, 원조교제 등에 대해 너무 관대해서 코믹한 요소가 있었지만 일본의 문화에 충격을 우선 받았었습니다.
“굿 럭(Good Luck!)”은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갈수록 왠지 선전선동 드라마의 아주 정화된 형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보다 말았습니다. 드라마 내내 시청자들에게 일본인 특유의 방법으로 “우리 함께 뭔가 해냅시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아서 불편하더군요. 제가 이런 선전선동 방법으로 뭔가 가르치려는 드라마나 영화를 아주 싫어해서요.
마지막으로 시도했다가 일본 드라마에 완전히 사요나라하게 한 것이 있는데 바로 “마녀의 조건(魔女の條件)”입니다. 위에서 불평했던 GTO는 마녀의 조건에 비하면 장난이더군요. 마녀의 조건을 보면서 콩가루도 뭐 이런 콩가루가 있나 싶을 정도로 등장인물 모든 캐랙터가 정신이상자여서 제 눈을 다 의심했습니다. 결국 보다가 말았지요. 일본에서는 엄청 인기가 많았다고 하던데 문화의 벽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여 선생님과 제자간의 사랑. 뭐 그럴 수 있습니다만 그걸 드라마에서 접근하는 방법들이 상당히 비상식적으로 보였지요. 게다가 아들을 남자로 사랑하는 엄마, 질투의 화신인 여 주인공의 친구 등 여러 등장인물들이 다 미쳐있더군요. 충격을 너무 받아서 이 마녀의 조건을 마지막으로 일본 드라마는 다시 보지 않고 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여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을 그렸지만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한일간 문화의 차이일까요???
다른 일본 드라마는 제 취향이 아니라 그렇지만 야마토나데시코는 참 좋더군요. 아직 보지않으셨다면 기회가 되실때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다른 느낌으로 재밌습니다. 그리고 야마토나데시코의 삽입곡으로 사용되었던 MISIA의 “Everything”도 참 좋습니다. 아래에 붙여 두었으니 한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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