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세째 ^^
- 노라네 이야기
- 2011. 12. 12. 04:49
어제는 셋째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첫째와 둘째와는 달리 공부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고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셋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감기에서 회복되어 몸들이 좋아진 아이들을 데리고 어제 밖에서 놀고 있었어요. 요즘 피닉스도 좀 쌀쌀해져서 낮 최고기온이 60°F (약 16°C)에서 오락가락 하지만 해가 좋아서 밖에서 놀기 참 좋습니다. 첫째와 둘째 큰 아이들 둘은 라켓을 가지고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하고 있고, 만 4살인 셋째는 스쿠터를 (한국: 킥보드) 타고, 만 2살 막둥이는 큰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공을 뺏고 싶어서 징징거며 보채서 저는 이 녀석을 달래고 쫓아다니고 바빴어요.
한참을 놀고 있는데 이웃 제니퍼가 강아지 디도와 산책을 나왔더군요. 인사성 좋은 저와 아이들이 모두들 손 흔들고 인사를 하고, 아이들이 강아지를 좋아해서 디도에게는 달려가 쓰다듬으면서 인사를 하는데 저 쪽에서 셋째가 스쿠터를 타다 말고 막 달려와 제니퍼에게 가서 말을 겁니다.
말씀 드릴 것이 있어요.
저는 막둥이가 징징과 떼쓰는 것 때문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어요. 하지만 이 녀석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제니퍼는 셋째에게,
그래, 뭘 말하고 싶은데?
세째가 말하길,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어요.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 너무 엉뚱한 말이라 징징거리는 막둥이 때문에 좀 떨어져서 듣고 있던 저는 순간 당황했어요. 이에 제니퍼는,
그래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지. 그런데 지구가 공전을 한다는 건 아니?
물어봅니다. 그러니까 세째가,
예, 알아요.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아요.
그리고 지구하고 태양하고 서로 끌어당기는데 이걸 중력이라고 불러요.
갑자기 너무 똑똑한 소리를 하는 셋째에 당황했어요. 제니퍼도 약간 놀라는 표정이고 사실 저도 놀랐습니다.
셋째의 이 과학적인 대화에 자극을 받은 만 6살짜리 둘째도 여기에 다가와 여기에 가세합니다. 제니퍼에게 자랑스레 말해요.
화성에는 2개의 위성이 있는데 둘다 감자처럼 생겼어요.
둘째도 셋째와 함께 흥이 났어요.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아무리 막둥이 때문에 정신이 없어도 정리를 해줘야지요. 아이들이라도 산책나온 사람을 잡고 너무 오래 떠드는 건 제니퍼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셋째와 둘째에게 제니퍼와 강아지 디도에게 "안녕" 인사를 시키고 모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에 시어머니께서 아이들 읽으라고 책들을 많이 보내셨는데 셋째는 그 중 디즈니 캐랙터 위니 더 푸우 (Winnie the Pooh)와 그 친구들이 중력에 관한 설명을 한 것이 아주 재밌었나 봅니다. 책 제목이 "Why Don’t Things Fall Up?"였는데 셋째 녀석이 읽어 달라고 상당히 졸라서 여러번 읽어 줬거든요. 아이가 이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었어요.
전에 이 책을 함께 읽고 중력을 설명해 주려고 셋째를 깡총깡총 뛰게 했어요. 그리고 네가 위로 뛰어 올라가도 곧 내려오는 것은 지구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인데 이게 바로 중력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약간 긴 수건을 가지고 와서 한쪽은 셋째가 잡고 다른 한쪽은 제가 잡은 채로 서로 당겨 보기도 했고요. 이때 당연 셋째가 신나서 너무 무리하게 당기지 않도록 주의했습니다. 힘의 분배가 잘 못되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서로 당기는 이런 힘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도 존재하고 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서로 거리를 두고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 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뭐 이런 식으로 설명을 했더니 이 녀석이 중력이 너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셋째가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이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요. 제가 셋째에게,
중력도 잘 설명하고 상당히 똑똑하네.
그랬더니 셋째가 씩 웃으면서 답합니다.
제가 머리가 좋아서 그래요.
저의 흐믓한 미소.
녀석, 자신감이 가득하니 좋군...
어제는 셋째의 다른 모습을 봐서 참으로 신기한 날이였습니다.
*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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