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피닉스에 비가 내려요...

피닉스의 가을~겨울철에 비가 좀 내린다고 하더니 맞네요. 요즘 가끔씩 비가 내리는데 사뭇 정취가 있습니다. 비가 내린다고 해야 한국이나 비로 유명한 시애틀에 견줄 바가 되지 않지만 피닉스 치고는 괜찮게 내리는 비의 양입니다.

빗길 피닉스 (사진출처: abc 15 Phoenix)

꼭 한국에서 가랑비가 내리듯 비가 내리는데 어제와 오늘 연속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어젯밤에는 창과 지붕에 톡톡톡하는 빗소리가 들릴 정도로 내리더군요. 제가 비를 좋아해서 그런지 이렇게 비가 내리면 마음도 편해지고 기분도 좋습니다. 비가 오고 하루종일 구름이 껴있으니까 오랫동안 살았던 시애틀도 생각나고 해서 커피도 진하게 마시며 감상에 젖어 봅니다. 

지금까지 겪은 피닉스의 늦가을/초겨울은 쌀쌀하지만 그리 춥지 않고 비도 간간이 내리는 모습입니다. 강추위를 싫어하는 저에게는 딱이지요. 만약 눈과 추운 날씨의 겨울이 그리우면 피닉스 북쪽으로 한 2시간이나 2시간 30분 정도 운전해 올라가면 됩니다. 피닉스도 고도자체가 해발 1,150 ft (350 m)로 저지대가 아니지만, 애리조나 북동부의 고도는 더 높은데 이곳은 고지대인 관계로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춥습니다. 그래서 여름이 고온건조하고 겨울이 온화한 피닉스와 사뭇 다른 날씨형태를 보입니다.

고도가 해발 5,368 ft (1,636 m)인 프레스킷(Prescott, 현지인은 프레스킷으로 부르고 타지인은 스펠링 그대로 프레스캇이라고 부릅니다. 이걸로 애리조나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과 해발 6,910 ft (2,106 m)에 위치한 플래그스태프(Flagstaff)에는 지금 현재 눈이 내리고 있고 꽤 춥습니다. 그러고 보니 플래그스태프의 고도가 한라산보다 높네요. 애리조나 북동부가 상당한 고지대라서 피닉스 사는 분들이 스키를 타고 싶으면 애리조나 북동부에 있는 스키 리조트에 가면 됩니다.

눈 내리는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 (사진출처: abc 15 Phoenix)

피닉스의 여름이 상당히 덥고 건조하긴 한데, 저는 한번 자리를 잡고 이곳이 삶을 터전이다 생각하면 좋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살고 있고 계속 살아야 하는데 날씨같은 걸 불평해봤자 저만 정신건강상 힘드니까요. 대신 여름의 엄청난 더위는 가을~봄철의 날씨가 온화하니까 충분히 보상이 되구요.

피닉스에 살다보니 굉장한 여름 더위, 하붑(haboob)이라고 부르는 모래폭풍, 번개쇼,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겨울의 가랑비 등 여러 흥미있는 자연현상을 보게 됩니다. 재밌네요~~~

★ 2012년 12월 추가

2012년 올해 피닉스 가을~겨울은 예년보다 약간 기온이 높은 대신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난 여름은 예년보다 기온이 약간 낮고 습도가 높아 비가 조금 더 왔었지요. 그런데 윗 글을 올린지 딱 1년째인 오늘 또 비가 내리네요. 한 며칠간 이 건조한 피닉스에도 비소식도 있고 기온도 많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올해가 피닉스 생활 2년째인데 2년 연속 12월 중순에 비가 내립니다. 내년 12월 중순에도 비가 오는지 잘 살펴봐야겠네요.

한동안 낮최고 기온이 21°C 수준에 머물어 정말 좋았는데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12~15°C대로 내려간답니다. 이번 주말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좀 춥게 느껴지겠어요. 그래도 전반적인 피닉스의 12월 날씨를 말하자면, "정말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