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이브 (원제목: True Grit)
- 잡다한 연예부
- 2012. 2. 25. 12:56
“더 브레이브(원제목: True Grit)”는 1968년 발표된 소설 “True Grit”를 원작으로 1969년 전설의 배우 존 웨인(John Wayne)이 주연을 맡아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고, 2010년에는 그 유명한 코헨 형제가 현대적인 느낌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저는 1969년 작품을 본 적이 없는데 1969년 작품을 봤던 남편 말이 1969년 영화와 40여년이 지난 2010년의 영화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무리가 있겠지만, 2010년 리메이크가 연기도 연출도 훨씬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하긴 과장된 연출 및 연기를 하던 60년대와 자연스럽고 현실감 있는 연출 및 연기를 선호하는 요즘의 영화와는 그 출발부터가 다르긴 하겠네요. ^^
2010년작 (사진출처: Paramount Pictures)
1969년 존 웨인 출연작 (사진출처: Paramount Pictures)
저는 서부영화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14살 여자 주인공 마티 라스(Mattie Ross - Hailee Steinfeld 헤일리 스타인펠드 분)가 초반에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해 저의 관심을 완전히 빼앗습니다. 아이가 어찌나 똑똑하고 당찬지... 제가 바라는 제 아이들의 모습이 딱 이렇거든요. 특히 살해된 아버지의 시신을 혼자 수습하고 아버지 유품을 가지고 흥정을 벌인 후, 그 돈으로 살해범을 잡기위해 전문가들을 고용할 때는 그냥 입이 딱 벌어집니다. 보통 성인들도 그렇게 깔끔하게 흥정을 하거나 아버지의 살해사건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 10대 소녀 중에서 “빨강머리 앤”의 앤이 정말 건강하고 건전하며 당당해서 좋았는데, 19세기 말 소녀인 마티 라스는 앤보다 더 멋있습니다.
사진출처: Paramount Pictures
여기서 마티의 역을 맡은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15,0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도 어린데 연기를 아주 잘 합니다. 저는 초반부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연기에 빠져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역시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다 이유가 있더군요.
하지만 이 당찬 소녀 마티는 아버지 살해범인 탐 채니(Tom Chaney - Josh Brolin 자쉬 브롤린 분)를 잡으려고 고용한 연방 보안관 카그번(Cogburn - Jeff Bridges 제프 브리짓스 분)과 텍사스 특수경비대원 라뷔프(LaBoeuf - Matt Damon 맷 데이먼 분)에게 모든 걸 맡기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티가 직접 복수를 하기 위해서 카그번과 라뷔프를 따라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로인해 아주 능력있는 두 사람에게 갈등도 생기고 살해범을 잡으려던 일이 꼬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갈등과 여러 사건들이 없으면 소설이나 영화의 재밌는 소재가 되지 않았겠지요.
사진출처: Paramount Pictures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살해범을 잡기 위해 따라 나선 마티와 이 아이에게 고용된 카그번과 라뷔프 이들 세사람에게 우정 또는 자식과 부모 사이에 있을 그런 감정들이 발전하는 모습들을 감동적으로 그렸습니다. 마티는 아버지의 죽음을 응징하기 위한 이 여행에서 몸을 크게 다치지만, 이 모든 경험을 통해 평생 카그번과 라뷔프를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고 살게 됩니다. 서부영화 스타일이지만 따뜻한 인간관계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런 류의 영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북전쟁 후 상처받은 몸과 마음만 남은 거친 남자들의 가슴 속에도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랑이 가득 하더군요. 아름답습니다.
참고로 원작 소설과 영화의 배경인 1878년은 남북전쟁이 끝난지 한 10여년이 지난 후로 아직 개척시대 분위기가 강한 19세기 미국이기 때문에 살해사건에 대해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보복이 가능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하면 안 되지요. ^^
그런데 이 영화의 한국판 제목인 “더 브레이브(The Brave)”는 원제목의 느낌을 좀 벗어난 것 같습니다. 뭐 “True Grit”에서 grit가 용기란 뜻이긴 하지만 grit라는 것은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는 꺽이지 않는 불굴의 용기, 도전 정신, 강한 의지 이런 뜻이 있어서 단순히 용기라고만 이해되는 brave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거든요. 원제목의 의미가 살아있게 영화제목을 단순히 번역한다면 “진정한 불굴의 용기” 또는 “꺽이지 않는 진정한 용기” 정도가 되겠지요. 영화수입과 마케팅을 담당하신 분들에게는 아마도 이 제목들이 매력이 없다고 느껴졌나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제목을 이 영화에 어울리지도 않는 모호한 다른 영어단어인 “더 브레이브”로 바꾼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한국판 제목으로 “진정한 용기” 정도로 했다면 더 좋았었을 듯 합니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외국 영화의 제목을 살펴보면 영어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옮긴 무성의한 것들이 많더군요. 어떤 것들은 한글로 써 있는 제목을 그대로 읽으면 영어로 쓰여진 원제목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영화도 예술작품이라면 예술작품인데, 아무리 번역물이라도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는 테두리 안에서 제목부터 한국어로 맛깔나게 번역하려는 수입자들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True Grit”가 “더 브레이브”로 한국에 개봉된 예처럼, 원제목과 다른 느낌을 풍기는 새로운 영어 제목을 만들어 이도저도 아니게 하는 제목은 되도록이면 삼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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