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ttle (시애틀) - 미국 퍼시픽 북서부
- 먼나라 이야기
- 2010. 10. 8. 22:53
보통 Seattle (시애틀) 하면 생각나는 것이 크게 3가지 정도 있어요. 비, 커피 그리고 스페이스 니들. 이곳은 정말 비가 많이 오는 곳입니다. 가을부터 해도 많이 짧아지는 데다가 태평양에서 몰려오는 비구름의 영향으로 우중충하게 됩니다. 다행히 이러한 가을-초봄까지의 우중충한 우기를 보상하듯이 여름에는 햇볕도 좋고 온도가 높지 않아서 정말 살만합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아님 시애틀의 성향이 낭만적이어서인지 커피는 시애틀과 근교 Puget Sound (퓨짓 사운드)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음료가 되었습니다.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유명한 커피 체인 Starbucks (스타벅스)가 이곳에서 시작되었고 이외에도 Seattle’s Best Coffee (시애틀즈 베스트 커피)와 Tully’s Coffee (털리즈 커피)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미국 각 주에 대한 우스갯소리를 읽은 적이 있어요. 시애틀이 워낙 커피가 유명해서인지 워싱턴 주에 대해서는 비보다는 커피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시애틀 사람들은 너무 커피를 많이 마셔서 한창 재봉질인 재봉틀에도 바늘귀를 낄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커피 덕분에 이곳 사람들이 뚜뚜뚜뚜 뚜뚜뚜뚜 6백만불의 사나이가 되었어요.
대신 오레건주에 대한 우스갯소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떤 남자가 죽어서 지옥에 가서 사탄 앞에서 판결을 받으려고 한참 줄을 서고 있는데 몇 명의 사람들은 사탄과 이야기한 후 활활 타오르는 불에 던져지지 않고 따로 옆에 모여있는 거예요. 이게 너무 궁금했던 남자는 자기 차례가 되자 사탄에게 물어봤습니다.
저... 저기 따로 모여있는 사람들은 뭔가요?
사탄 답하길,
쟤들은 오레건 출신인데 너무 눅눅해.
불에 집어던지기 전에 좀 말리려고 따로 뒀다.
불 꺼진 지옥은 단팥빵 없는 빵. 너무 눅눅하면 불 꺼집니다. 지옥의 활활 타는 불은 오늘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죠. 오레건 주도 만만치 않게 비가 오는 곳이라 비에 대한 우스갯소리를 오레건 주에 뺏기고 말았어요.
시애틀은 이외에도 Boeing (보잉)이 있고 Microsoft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시애틀 근교인 레드몬드에 있습니다. Amazon (아마존)은 시애틀에, 큰 유통업체인 Costco (코스트코)는 시애틀 근교 이사콰에 본사를 둔 기업들입니다. 하이테크 산업이 발달한 관계로 이 근처의 사람들의 교육 수준은 미국 내에서도 높은 곳입니다.
음악도 사랑할 줄 알아서 Jimi Hendrix (지미 핸드릭스), Kurt Cobain (커트 코베인) 등 대단한 팝 음악가들도 이곳 출신입니다. 그리고 Ray Charles (레이 찰스)도 이곳에서 그의 음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소령 즉 Bruce Lee (브루스 리)가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쳤고 나중에 죽은 후에는 이곳에 묻혔습니다.
태어난 곳은 샌프란시스코였지만 그에게는 시애틀이 더 고향 같았기에 이곳에 묻힌 것이 아녔을까요? 나중에 아버지와 비슷하게 요절한 아들 Brandon Lee (브랜든 리)도 아버지 옆에 같이 묻혀있습니다.
1993-2004년까지 방영했던 코미디 "Frasier (프레이저)"와 메디컬 드라마 "Grey's Anatomy (그레이즈 어나토미)"의 배경도 이곳 시애틀이에요. 프레이저네 아파트에서 보이는 배경과 같은 각도가 나올 수 있는 고급 아파트는 시애틀 도시 각도를 봤을 때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 세트장에서 찍은 것이니 그렇겠지만요.
그리고 그레이즈 어나토미의 배경인 Seattle Grace Hospital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병원입니다. 퍼블릭 마켓이 창문 너머 뒷 배경으로 보일만한 병원도 없을뿐더러 가장 드라마의 그레이스 병원과 근접한 곳에 위치한 병원은 Swedish Medical (스위디쉬 메디컬) 정도인데 위치가 약간 다릅니다.
그리고 십 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Twilight (트와일라잇)"의 경우는 시애틀의 서쪽 올림픽 반도 북부의 작은 도시 Forks (포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어둡고 음습한 느낌의 지역과 뱀파이어. 정말 절묘한 조화인 것 같아요.
이곳 시애틀은 나름 정취와 독특한 북서부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멋진 곳입니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에요. 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애틀의 가을-봄에 이르는 우기가 아주 견디기 힘들 수도 있고요.
여름에만 시애틀 근교에 머물고 겨울에는 멕시코로 내려가 살던 지인이 있는데 이곳의 우기를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시애틀의 겨울날은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컴컴했다가 (낮을 말하는 겁니다),
곧 더 컴컴해진다. (밤을 말하는 겁니다)
우기에는 하루 종일 구름이 껴서 컴컴하니 자꾸 커피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낭만을 찾게 되는 건가요? 암튼 시애틀은 커피 때문인지, 아님 비가 너무 와서인지 밤에 잠을 못 이루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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