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에도 밴쿠버가 있습니다.
- 먼나라 이야기
- 2011. 2. 5. 03:51
밴쿠버(Vancouver)란 이름이 참 친근하시죠? 2010년 2월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 캐나다의 도시고 여기서 김연아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참 좋은 성적을 냈었죠. 한국계 캐나다 교포나 유학생들도 밴쿠버에 많이들 살고 있기에 여러모로 친근한 도시명일겁니다. 그래서 밴쿠버라고 하면 캐나다 BC(British Columbia)의 남쪽 끝자락에 있어 미국 국경에 근접한 도시가 딱 떠오르게 되지요. 저도 한국에 살 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워싱턴 주에 살기 시작하면서 시애틀(Seattle) 외에 눈에 들어온 도시명이 있었는데 바로 밴쿠버(Vancouver)였습니다. 워싱턴 주의 밴쿠버도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가 아닌데다가 캐나다 BC의 밴쿠버처럼 워싱턴 주의 끝자락 오레건 주와 경계를 마주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콜럼비아(Columbia)강을 사이로 강 아래는 오레건 주 최대의 도시 포트랜드(Portland)가 있고 강 위에는 워싱턴 주의 밴쿠버가 위치한 것이지요.
콜럼비아 강에서 본 워싱턴 주 밴쿠버
(사진출처: Google Image)
워낙 미국이 큰 땅덩어리고 게다가 캐나다도 엄청 크니까 비슷하거나 똑같은 도시명이 있는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네요. 예,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워싱턴 주와 캐나다의 BC는 바로 남북을 사이로 이웃한 국경 경계지역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미서부 지역을 저 아래 캘리포니아주 샌 디에고(San Diego)에서 시작해 오레건주와 서북미 최북단인 워싱턴 주를 가로질러 캐나다와의 국경까지 연결되어 있는 I-5(Interstate 5, 미국의 고속도로 5)가 국경을 넘어 캐나다 BC의 밴쿠버에서 끝나게 된다는 점이죠. (캐나다 쪽에서는 I-5와 연결되는 도로를 BC-99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결국 워싱턴 주의 경우에는 I-5가 시작되는 워싱턴 주의 첫 도시가 밴쿠버이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서 I-5가 끝나자마자 곧 만나게 되는 도시가 캐나다 BC의 밴쿠버라는 것이지요. 재밌게도 시애틀은 두 밴쿠버 중간 쯤에 위치해 남쪽으로 한 3시간 운전해서 가도 밴쿠버요, 북쪽으로 3시간쯤 올라가도 밴쿠버입니다.
이곳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두 밴쿠버가 전혀 혼동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타지 분들에게는 혼동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I-5 교통표지판을 보면 북쪽 방향에는 Vancouver, BC(캐나다 BC의 밴쿠버)라고 BC를 표시해 두고, 남쪽 방향에는 워싱턴 주의 밴쿠버 대신에 콜럼비아 강 건너 오레건 주에 있는 도시 Portland(포트랜드)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며 운전하니까 문제가 전혀 없겠지만, 혹시나 시애틀에 관광을 오셔서 워싱턴 주의 밴쿠버 방향인 남쪽으로 내려간다고 열심히 3시간여를 운전했는데 갑자기 캐나다 국경 검문소을 만나 황당한 경험을 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두 밴쿠버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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