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공격 관련 영화 "진주만"과 "도라! 도라! 도라!"

혹시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Michael Bay)가 감독한 2001년 작 "진주만(Pearl Harbor)"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이 영화는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미국령 진주만 공격 60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영화였습니다. 1941년 당시 하와이는 미국령이였지만 아직 주(state)가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에서 미국령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연예 삼각관계의 뻔한 전개와 애국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나머지 재미도 별로였고, 더 문제는 역사적 배경을 주소재로 해놓고도 고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였습니다. 미국 영화에 전쟁 영화니까 당연히 애국심을 고취하는 것은 미국인들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나가면 불편하게 올라오기 시작하지요. 이 영화는 그 선이 불편함으로 넘어간 예구요. 그리고 영화 상에 등장한 일부 전함들이 1941년 당시의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것이였다는...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의 서막이 된 진주만 공격인데 영화 속 전함의 시대가 다르니까 역사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더 재미없게 느낄 수 밖에 없었죠. 거기에 다른 역사적 오류 및 왜곡이 많아서 어떤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 기가 막혀 할 영화라고까지 평가했었습니다.

 

영화 "진주만" 중에서

 

 

한국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특히나 진주만 공격 피해 당사자였던 이곳에서는 영화의 역사적 오류가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충분했죠. (그런데 한국도 당시에는 일제강점기 하에 있었으니까 진주만 공격과도 함께 얽혀있긴 하군요. ㅠㅠ) 많은 훈남훈녀들이 등장했건만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삼각관계를 너무 강조하는 전개 때문에 약간 지루하더군요. 거기에 상영시간이 3시간이나 되니까... 저는 마이클 베이같이 유명한 감독이 만든 영화가 다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영화 "진주만"을 통해서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2001년작 영화 "진주만" 미국내 평점>

* imdb: 10점 중 5.9점

* 썩은 토마토(Rotten Tomato): 10점 중 4.4점

 

 


차라리 1970년 미국과 일본이 합작으로 만든 다큐멘터리식 영화 "도라! 도라! 도라!(Tora! Tora! Tora!)"를 다시 상영하는 것이 나았을 거예요. 이 영화는 진주만 폭격 관련 영화로는 그저 전설입니다. 저도 어릴 때 TV에서 방송하는 걸 몇 번 봤는데 아직도 많은 장면들이 또렷히 기억에 남아 있어요. 어렸을 때였는데도 이 영화에 대한 제 집중이 대단했던 것 같아요. 잘 만들었으니까요.


"도라"라는 단어 자체로는 일본어로 호랑이를 뜻하지만 이 경우에는 암호로 번개 공격(totsugeki raigeki, lightning attack)의 줄임말, 즉 기습 공격을 의미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Isoroku Yamamoto) 제독이 말한 아래의 대사입니다. 진주만 공격 성공 후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자 영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영화 속 대사는 직역하면 말이 좀 이상해서 제가 한국어에 적합하게 약간 의역했습니다. ^^

 

우리가 한 것은 단지 잠자는 거인을 건드린 것이고,

그 거인을 엄청 화내게 한 것 밖에 없다는 것이 나는 두렵다.

(쉬운 말로 풀이하면 "이제 우린 다 죽었다!" 이 뜻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 위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는 하는데, 실제로 문서화된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어릴 때 제가 본 한국어판 "도라! 도라! 도라!"에서는 위 대사를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다"로 번역했던 것 같아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이라는 번역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야마모토 이소로쿠



일본이 잠자는 사자를 깨운 그 결과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통해서 생생히 깨닫게 됩니다.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에 대해서는 사실 여러 엇갈린 증언들이 있습니다. 뭐 그걸 여기서 말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고 복잡하지만 간단히 보면,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의 기본 입장은 "미국과 전쟁을 하면 일본이 진다"입니다. 그래서 선공격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였는데 일본 윗선에서는 다른 생각이였던 것이였죠.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원자폭탄의 위력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치고 맙니다. 태평양 전쟁 중 미군은 일본군 통신 암호를 해독해서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탑승기 위치를 추적했어요.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1943년 4월 18일 솔로몬 제도에서 미군에 의한 탑승기 격추로 암살당합니다.


영화 "도라! 도라! 도라!" 중에서

 

 

"진주만" 영화 자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대신 삽입곡으로 사용된 "There You'll Be"는 아주 좋았습니다. 이 노래는 미국 컨트리송 가수로 유명한 Faith Hill이 불렀어요. 그런데 제가 Faith Hill은 한국어로 쓰기가 너무 그렇네요. Faith는 페이스도 아니고 페이드도 아니거든요. 한국어로 쓸 수 없는 발음이 2개나 있어서 그냥 Faith로 쓸께요. 보통은 컨트리송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데 90년대부터 컨트리송에 현대적인 느낌을 붙여 부르는 Faith Hill 노래는 전체적으로 좋아합니다.

 

Faith Hill

 

 

Faith Hill이 부른 "There You'll Be"는 영화 "진주만"에서 보여준 1940년대 초반 배경과 잘 어울렸어요. 게다가 Faith Hill 자체가 이런 40~50년대 스타일로 꾸며도 잘 어울리는 외모거든요. 꽤 잘생긴 가수예요. 그러다 보니까 저에게는 영화는 생각나지 않고 이 노래와 아래 뮤직 비디오만 남습니다. 해당 뮤직 비디오를 아래 붙여 두었으니 한번 들어보세요.

 

참, 혹시라도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대한 영화를 찾으신다면, 마이클 베이의 "진주만"은 피하시고 "도라! 도라! 도라!"로 보세요. "도라! 도라! 도라!"에서도 역사적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고 약간의 선전선동(propaganda)도 포함되어 있지만 심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긴 역사적 논란과 선전선동은 모든 영화, 특히 역사 영화에 해당된다고 봐야겠죠. 아무튼 "도라! 도라! 도라!"가 대단한 명작인 건 사실입니다.

 

* 위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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