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소고기 팟 로스트(Beef Pot Roast) - 남편이 해준 맛있는 요리
- 먹는 즐거움
- 2011. 1. 8. 06:50
제가 한동안 많이 아팠습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끙끙끙... 그래서 아이들은 하루에 자습을 두어시간 정도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마음대로 놀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레고를 가지고 정신없이 뚝딱거리며 빌딩을 만들기도 하고 책도 읽고 DVD도 보고 나름 바쁘게 지내더군요. 홈스쿨의 장점이 시간을 융통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니 이럴때 아주 그 장점을 확실히 살려야겠지요.
너무 아파하니까 남편이 간호해주면서도 많이 안타까워 하더군요. 이럴 땐 정말 남편이 있는 것이 너무 좋아요. 아프면 옆에서 돌봐주고 심심하면 말동무도 해주고. 말이 잘 통하고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울 메이트가 제 남편이 된 것에 대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제가 아픈 동안 계속 음식을 해왔지만, 오늘은 특별히 아픈 아내와 배고픈 아기 새들처럼 짹짹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김치와 소고기 팟 로스트(Beef Pot Roast)를 해줬습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집에서 나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혼자 살아서인지 음식을 상당히 잘하는 우리 남편. 한국 문화를 배경으로 미국에서 살아서 미국 음식, 한국 음식, 일본 음식, 중국 음식, 이태리 음식, 히스패닉 음식 등 여러 문화의 맛을 골고루 잘 요리해 냅니다.
우선 저의 입맛을 돌아오게 하겠다고 가까운 베트남 슈퍼에 가서 배추, 부추, 파, 마늘, 생강 등 김치 재료를 사가지고 김치를 만들더군요. 괜찮은 한국 슈퍼에 가는 건 몇 십분 걸려서 집 근처에서 재료를 해결한 겁니다. 배추와 부추를 잘 절여 물기를 뺀후, 설탕대신 잘 익은 사과 2개, 마늘, 생강 그리고 매운 맛을 살리기 위해 할러피뇨 고추(Jalapeno Peppers)와 세라노 고추(Serrano Peppers)를 함께 갈아넣고 파와 함께 버무리더군요. 제게 맛 보라고 몇 조각을 집어 주었는데 백김치같이 깔끔하고 아주 맛있었습니다. 남편의 음식철학은 “원 재료자체로 맛이 좋아야한다”이기 때문에 고춧가루나 다른 양념이 들어가기 전에 재료들의 맛을 깨끗하게 내려고 노력하더군요.
이 상태로도 백김치처럼 맛이 좋았지만 아무래도 빨간색이 식욕을 돋우므로 고춧가루와 약간의 멸치젓을 넣고 함께 버무렸습니다. 남편은 새우젓 넣은 김치를 더 좋아하지만 제가 갑각류 앨러지가 있어서 새우젓을 못 먹거든요. 제가 만든 것도 맛있지만 손맛이 틀려서인지 제겐 남편 것이 더 맛있습니다. 느낀 그대로 칭찬해줬더니 계속 만들어 주겠답니다. 귀여운 남편~~~
남편은 또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소고기 팟 로스트(Beef Pot Roast)를 만들어줘서 아이들과 함께 정말 잘 먹었습니다. 우선 식구들이 고기를 좋아하는 관계로 약 4kg의 고기 목심살(Chuck)과 감자 8개, 양파 2개, 당근 6개가 들어갔습니다. 모든 재료는 큼직큼직하게 썰어 큰 로스트 팬에 넣은 후 코셔 소금(Kosher Salt)와 신선하게 갈은 후추로 약간의 간을 해 잘 섞어 줍니다. 그리고 뚜껑을 덥은 뒤, 375 °F(약 190°C)로 미리 예열한 오븐에서 한 3시간 정도 천천히 익히지요. 이렇게 익혀진 재료를 오븐에서 꺼내 3컵 정도의 케첩을 넣고 섞은 뒤 뚜껑을 다시 덮고 오븐에서 동일한 온도로 30분 정도 더 익히면, 따딴~ 완성입니다. 성격이 약간 급한 저에게는 좀 인내력이 필요한 음식이지요.
3시간 30분동안 천천히 익혔기 때문에 육질도 부드럽고 케첩의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울려져 참 맛있습니다. 맛은 한국식 찜갈비와 비슷해집니다. 하지만 갈비살이 아닌 목심살을 쓰기 때문에 지방이 적어서 저는 이 소고기 팟 로스트가 갈비찜보다 더 좋습니다. 그리고 오븐을 쓰기 때문에 요리법이 쉽고 간편해서 남편이 즐겨 해주는 음식중의 하나지요. 덕분에 아픈 몸도 많이 나아지고 배 든든하게 아주 잘 먹었습니다.
소고기 팟 로스트가 익는 동안 음식냄새에 취하느라고, 또 음식이 완성되자마자 정신없이 아이들과 함께 먹느라고 아뿔사! 만드는 과정 사진이 중간에서 끝나버리고 완성요리 사진도 없네요. 워낙 맛있어서 둘이 먹다 한사람이 사진 찍는 걸 잊어버려도 모를 맛이였습니다.
한번 이렇게 많이 만들어 놓으면 두끼나 세끼정도의 식사로 먹을 수 있어서 끼니걱정이 들지 않아 좋습니다. 음식 하기도 귀찮고 몸도 좋지 않으니까 남편을 계속 칭찬해줘서 한동안 음식을 하게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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