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에서 놀라거나 인상깊은 것들 – 수돗물

전에 살던 시애틀 지역의 수돗물 맛은 한국에서 마시던 것처럼 참 좋습니다. 시애틀 지역의 물은 약간 산성을 띠긴 하지만 거의 한국 물맛같이 시원하고도 맛나지요. 그런데 피닉스 지역의 수돗물은 수돗물을 공급하는 지역의 토양이 칼슘과 마그네슘 함유된 석회질이라 미끌미끌한 느낌이 있는 것이 참 독특합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말리면 그릇 표면에 석회질 얼룩이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물을 센물이라고 해서 경수(硬水, hard water)라고 부르지요. 물을 끓여 음식을 할 때 이런 맛은 대부분 사라지지만, 정수를 하더라도 물을 끓이지 않고 그대로 마시면 석회질에 의한 그 미끌미끌한 맛을 여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ㅠㅠ




처음 물을 맛 봤을 때 이 독특한 맛에 익숙하지 않아서 곤욕스럽더군요. 나름 물맛을 조금이라도 좋게 하려고 라임이나 레몬 조각을 넣어 물을 마셔봤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도 별로였습니다. 시애틀에서는 수돗물을 정수하자마자 곧바로 마셔도 맛이 좋았는데, 피닉스에서는 금방 정수한 수돗물을 마시면 한 여름의 고온 덕분인지 온도도 미지근해서 더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다행히 정수 후 냉장고에 차게 보관해 마시면 맛이 나아져서 한동안 그렇게 마셨네요.


물을 정수해서 차겁게 마시는 것으로 그럭저럭 견딜만 했는데, 이제는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수돗꼭지에 설치하는 정수기를 사용했더니 칼슘, 마그네슘 같은 석회 물질이 필터에 쌓여 얼마쓰지 않았는데도 수돗물이 막혀져 쪼로로록 쪼로로록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쪼로로록 나오는 수돗물로 물 받는 것도 속 터지고 정수기 필터의 수명도 엄청나게 짧아서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니까 석회질 경수는 브리타(Brita)의 정수기가 좋다고 추천하더군요. 그래서 수돗꼭지에 설치하는 것 대신에 피쳐 정수기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오~ 맛이 상당히 시애틀이나 한국의 맛난 물맛과 비슷합니다. 이제는 물맛에 의한 불편함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저희집 수도관에 경수를 부드럽게 단물로 만드는 연수기(water softener)가 설치되어 있긴한데 소금을 사용해서 물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물은 약간 알칼리성이 있는게 건강상 좋다고들 하지요. 그래서 소금을 이용해 산성화된 부드러워진 단물보다 맛이 별로더라도 알칼리성인 센물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브리타 정수로 맛 부분을 향상시켰으니 저희는 이정도면 만족합니다.


만일 피닉스나 이 근처로 이사를 오시게 되면 물이 센물(경수)이라 맛이 독특하다는 걸 참고하세요. 생수를 사드셔도 되지만 계속 거주하실 분이라면 브리타나 석회질의 미끌거리는 맛을 잘 잡아내는 다른 정수기로 물을 정수해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피닉스 수도국(Phoenix Water Service Department)의 사이트 주소를 연결해 두었습니다. 피닉스 지역의 수돗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궁금하시면 직접 찾아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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