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진- 仁”과 한국 드라마 “닥터 진”
- 잡다한 연예부
- 2012. 5. 31. 08:58
“옥탑방 왕세자”에 이어 “닥터 진”이라는 또 다른 타임슬립 드라마를 한다기에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닥터 진” 1회를 봤는데 뭔가 어색한 그 무엇이 참 어렵네요. 연출도 연기도 왜 그리 고루하게 하시는지... 여러 평들처럼 흥선대원군 역의 이범수씨만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주요 배역들은 하나같이 붕 뜨고 겉도는 느낌입니다. 회가 지나가면서 내용도 연기도 다들 나아지리라 기대합니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사진출처 mbc
대신 2009년 드라마로 제작된 같은 내용의 일본 드라마 “진 – 仁”에 대한 누리꾼들의 평이 아주 좋더군요. 그래서 저도 “진 – 仁”을 지난 토요일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일본 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그 특유의 늘어짐과 “우리가 함께 힘을 합하면 모든 다 할 수 있어요.”라고 계속 자꾸 가르치려는 그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진 – 仁”도 이런 분위기가 강하긴 한데 전체적으로 내용 정리가 참 잘 되었고 깨끗한 느낌인 것이 아주 괜찮습니다. 지금 한 9회까지 봤는데 특히나 주요 배역 배우들의 연기가 나무랄 데 없네요.
일본의 “진 – 仁”과 지난주 부터 방송을 탄 한국의 “닥터 진”을 비교해 보면 우선 한국판 “닥터 진”은 주요 인물들의 나이대 설정을 너무 어리게 해서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잘 만든 “진 – 仁”을 예로 잡아서 진혁의 나이 대를 이에 맞춰서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닥터 진”에서 진혁을 아무리 최소 신기록을 갈아칠 정도의 천재 신경외과 전문의라고 설정을 했더라도 나이 탓에 “진 – 仁”의 미나카타 진이 주는 그 안정감과 세밀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진혁의 21세기 여자친구는 너무 어리다는 느낌이 있어 더 이상하구요.
또 한가지 흠을 잡는다면 한국 드라마 “닥터 진”에서는 김경탁이란 인물과 기생 춘홍까지 합쳐서 사랑의 삼각관계 또는 사각관계까지 설정하려는 징조가 벌써 보인다는 점 입니다. 현재까지 본 일본 드라마 “진 – 仁”에서는 사랑의 삼각관계 같은 것이 강조되지 않아서 의술과 인간관계에 더 치중할 수 있어 내용에 충실할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닥터 진”이 사랑 타령에 치중하는 유치한 설정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동일한 내용을 다루는 이 두 한국과 일본 드라마 비교시 가장 아쉬운 것은 “진 – 仁”의 사카모토 료마와 “닥터 진”의 흥선대원군의 존재입니다. 1860년 대 이 중요한 시기에 조선에서는 1863년 고종이 즉위해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하면서 쇄국의 길을 걸었고, 일본에서는 사카모토 료마 같은 사람이 1866년 삿초 동맹을 이끌어 도쿠가와 막부를 내리고 천왕에게 권력을 회복하면서 위에서부터의 개혁을 했던 메이지 유신을 하고 지속적인 개혁과 근대화를 이뤘거든요. 물론 일본은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의 무력 시위에 굴복해 1854년 미일화친조약을 맺고 이후 서구 각국과 통상을 시작했지요. 하지만 삿초 동맹 이후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를 타도하고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근대화를 이뤄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흥선대원군의 정책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겠지요. 조선 말기의 붕당 정치 및 세도 정치는 그 폐악이 대단했으니까요. 하지만 조선말 이 중요한 시기에 조선의 권력자들이였던 안동 김씨 세도가, 조대비, 흥선대원군 그리고 명성황후 모두들 자신과 지지 세력이 권력을 계속 움켜질 수 있는 사회 기반을 만드는 것에 너무 치중한 경향이 심한 것 같습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의 경우는 고종 즉위 초기 왕권이 워낙 약해서 쇄국을 통해 조선을 우선 강하게 해야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잡아 먹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는 서구 세력 및 다른 주변 세력이 없을 때 가능한 일이 아니였을까요? 청도 서구 세력에 시달리는 것을 봤을 것이고 일본도 미국의 무력시위로 1854년 문호를 개방한 것을 알았을 텐데 그 쇄국이란 선택이 안타깝네요. 조선 역사를 보면 임진왜란 전, 병자호란 전, 그리고 조선말 등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기에 어찌 그렇게 꼭 집어서 시대와 세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하는지 참 대단들 합니다. ㅠㅠ
이 1860년대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10여 년 후인 1870년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이 강화도에서 조선에게 문호 개방을 강요했던 운요호 사건은 삿초 동맹이 이뤄졌던 1866년에서 9년 정도 지난 후인 1875년에 발생된 것 입니다. 이 운요호 사건으로 조선은 일본과 불평등한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이 중요한 시기 1860년 대에 다른 길을 걸었던 조선과 일본 이 두 나라의 20세기 초의 모습이 바로 1905년 을사조약(1905년)과 경술국치(1910년) 란 것 입니다. 그래서 사카모토 료마와 흥선대원군의 존재가 자체가 많은 찹잡함을 줍니다.
“닥터 진”의 소재 자체가 21세기 초 에서 온 신경외과 전문의 진혁의 의술행위로 19세기 역사 및 그 후 역사가 변경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흥선대원군이 진혁에게 감명을 받아 쇄국 대신에 개방을 하고 적극적으로 서구 문명을 받아들어 조선의 근대화를 이루는 것으로 바꼈으면 좋겠습니다. 또 누가 아나요? 작가가 “닥터 진”을 통해서 조선이 동아시아 최대 강국, 더 나아가 세계 최강국이 되는 얼터닛 역사(alternate history)를 보여줄지도. 사실 좀 심한 자위긴 하지만 이런 식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원래 허구를 재밌고 그렇듯하게 꾸며내는 것이니까요. ^^
“닥터 진” 1회를 보니 제가 계속 시간 내서 볼 취향과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안동 김씨 수장 김병희, 내의원 최고 어의 유홍필, 왈짜패 두목 주팔이 등의 등장인물 소개만 봐도 기본 틀이 악한 인물이나 어려운 상황의 방해에도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우뚝서는 주인공 진혁을 그린 것 같이 보이거든요. 이런 대결구조는 허준, 대장금 등에서 이미 다 써 먹어서 이제는 더이상 대단한 감동이 없는 고루한 구조로 보입니다. 나중에 흥미로운 내용으로 전개가 되면 그 때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 덕분에 역사를 복습하고 세상사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드라마 시청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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