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와 2분의 1 (Two and a Half Men)
- 잡다한 연예부
- 2011. 9. 25. 13:31
두 남자와 2분의 1(Two and a Half Men)는 CBS에서 2003년 9월부터 시작해 2011년인 올해 시즌 9을 시작한 인기 장수 시트콤입니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한국에서도 이미 그 명성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사진출처: CBS
남성편력이 강하고 모성애가 부족한 어머니를 둔 덕분에 트라우마가 있는 바람둥이 찰리 하퍼(Charlie Harper – 찰리 쉰 Charlie Sheen)의 집에 이혼당한 띨띨이 동생 앨런(Alan – 잔 크라이어 Jon Cryer)과 그의 아들 제이크(Jake - 앵거스 T. 존스 Angus T. Jones)가 들어와 살면서 벌어지는 황당하고 웃기는 이야기들이 이 시트콤의 주된 틀입니다. 처음 앨런과 제이크가 찰리의 집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을 때 제이크가 어려서 “두 남자와 2분의 1(Two and a Half Men)” 중 “2분의 1(a Half Man)”이였는데 이제는 틴에이저가 되어 덩치상으로 더이상 2분의 1이 아닙니다. 하지만 덩치만 컷지 하는 짓은 아직 어린 아이더군요. :)
“두 남자와 2분의 1”에서는 찰리 쉰이 주연 중의 주연입니다. 이 시트콤의 이야기 전개가 전적으로 찰리 쉰에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찰리 쉰을 뺀 “두 남자와 2분의 1”은 생각할 수가 없지요. 그런데 찰리 쉰이 2006년부터 상당히 정치적인 언사를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9/11 은 미 정부에 의한 계획된 사건으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들도 비행기가 부딪혀서 무너진 것이 아닌 폭발에 의한 계획적인 붕괴라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지요. 게다가 예방접종(vaccine)의 문제점을 비롯한 미 정부와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엘리트 집단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찰리 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러자 모든 언론(기존 언론/거대 언론)에서는 찰리 쉰을 비난하고 그의 사생활을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찰리 쉰은 사생활이 복잡한 것으로 상당히 유명하지요. 여러차례 결혼과 시끄러운 이혼소송, 마약중독도 유명하고 플레이보이 잡지 창립자 휴 헤프너처럼 현재 여러 여자들과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그의 사생활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언론에서는 그의 이런 사생활을 강조하며 찰리 쉰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인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실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대답하거나 다루지 않고 다른 것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며 논점을 피하는 태도는 변호사들이 흔히 쓰는 수법 중의 하나지요. 숲이 아닌 나무를 가지고 논하는데도 사람들은 나무만 보고 그게 맞다고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물론 찰리 쉰의 사생활은 평범을 상당히 벗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찰리 쉰이 주장하는 의문점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 하지않고 그냥 “음모론”이나 주절거리는 미친 사람이라는 듯한 기존 언론의 묘사에서는 강한 편견이 엿보였습니다.
아무튼 이런 찰리 쉰의 주관(?)있는 의견 덕분에 올해 초 미국에서는 그가 자주 오르내리는 기사거리 중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거의 모두 다 찰리 쉰을 약물/섹스 중독자라서 정신도 이상하다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었구요. ABC TV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ABC TV는 참 유치하게도 굴더군요. 인터뷰 때에 조명을 일부러 이상하게 맞춰서 찰리 쉰의 얼굴이 TV에서 상당히 이상하게 보이게 했습니다. 저는 한번도 유명 게스트에게 이런 식으로 조명을 맞추는 인터뷰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함께 인터뷰하는 ABC 기자의 얼굴은 조명을 적당히 맞춰 화면에서 아주 보기 좋게 나왔는데 말이지요. 너무 의도적이니까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ABC 인터뷰는 그저 한 예였습니다. 사생활 자체로도 구설수가 많은 사람이니까 언론에서는 찰리 쉰이 문제삼는 사회적/정치적 문제들은 뒷전에 두고 정신이상자 취급을 할 수가 있어서 아주 신이 났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다른 이슈가 많아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찰리 쉰도 약간 입을 조심하는지 그에 대한 기사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찰리 쉰의 이런 행보가 부담(좋게 표현해서)이 된 CBS는 올해 3월 “두 남자와 2분의 1”에서 찰리 쉰을 빼기로 결정합니다. 처음 배우교체 기사를 접했을 때 찰리 쉰이 주인공인데 주인공을 빼고 다른 배우를 넣는 것이 좀 이상하더군요. CBS도 고민이 많았겠지요. CBS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트콤 “두 남자와 2분의 1”에서 찰리 쉰과 계속 가자니 여기저기 눈치가 보이고, “두 남자와 2분의 1”을 종영하자니 광고수입이 아깝고... 그래서 찰리 쉰을 내보내고 적당한 인지도가 있는 배우 애쉬튼 커쳐로 대치해 “두 남자와 2분의 1”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CBS의 태도가 좀 쪼잔하게 느껴집니다.
애쉬튼 커쳐도 어느 정도의 인지도 있지만, 주연 배우가 교체되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지요. 그래서 CBS는 엄청난 예고 광고와 기사들을 이번 시즌 9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쏟아 부었습니다. 드디어 지난 월요일 9월 19일에 애쉬튼 커쳐가 등장한 첫 에피소드가 방영되어 상자의 뚜껑이 열렸습니다.
사진출처: CBS
첫 에피소드의 반 정도는 찰리 하퍼의 장례식이고 나머지 반은 애쉬튼 커쳐가 연기하는 월든 슈미트(Walden Schmidt)가 어떻게 앨런, 제이크와 함께 살게 되는지 그 만남이 보여집니다. CBS에게 이 첫 에피소드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TV 유명 배우들을 정말 많이 불러들여 조금씩 등장시켰습니다. 그래서 첫 에피소드는 우선 유명 배우들 출연 비쥬얼로 장악합니다.
월든이 하퍼가족에 연결되는 계기는 이렇습니다. 인터넷 재벌 월든은 최근 아내와 별거를 하고 상심한 마음에 바다에서 자살시도를 했는데 물이 너무 추워서 자살을 포기합니다.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가 된 월든은 전화를 빌려 쓰려고 찰리 집 발코니 유리문 밖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앨런이 찰리의 화장한 재를 들고 있다가 그를 보고 놀라게 되지요. 월든이 찰리 집에서 전화를 빌려 그의 아내와 한판하면서 하퍼집안 사람들과 인연이 시작됩니다.
사진출처: CBS
찰리를 제외한 모든 주요 인물들은 그대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찰리 때와 분위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월든이 적극적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애쉬튼 커쳐의 “두 남자와 2분의 1”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남자와 2분의 1”을 즐겨 시청하는 시청자로서 찰리 쉰의 하차와 그 하차 원인이 아쉽습니다. 생각해 보면 약간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하는 사건입니다. CBS가 계약이 끝나기 전에 일방적으로 찰리 쉰을 짤랐기 때문에 계약위반을 했고, 또 찰리 쉰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미리 찍어 놓은 것들도 있었나 봅니다. 찰리 쉰이 짤려서 CBS로부터 받게 될 액수가 약 $25 million (약 275억원)정도 된다고 하는군요. 찰리 쉰이 “두 남자와 2분의 1”에서 편당 $1.8 million(약 20억원)을 받았다고 하던데 그렇게 되면 $25 million은 약 12편(?)에 대한 출연료가 될 것 같네요. 그리고 다른 채널들에서 “두 남자와 2분의 1”을 재방송할 때마다 받게 되는 수입도 계속 있어서 이 시트콤에서 짤렸어도 $75 million(약 825억원)을 받게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방송가 배우 중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았던 찰리 쉰은 짤렸어도 돈방석이네요. ^^
재밌는 “두 남자와 2분의 1”이 찰리 쉰 대신 애쉬튼 커쳐로 대체되었어도 예전같은 분위기로 계속 재밌게 잘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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