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프레드 (Wilfred)
- 잡다한 연예부
- 2011. 9. 19. 16:53
이번 미국 공중파 TV 여름 비수기 시즌을 이용해 케이블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윌프레드(Wilfred)”였습니다. 윌프레드는 우선 그 기본 이야기의 시작이 흥미롭습니다. 라이언(Ryan – Elijah Wood 일라이자 우드)과 옆집 개 윌프레드의 우정 뭐 비슷한 것이 진행되는데 그 개가 모든 사람에게는 개로 보이는데 라이언에게만 개 복장을 하고 호주 억양을 쓰는 남자(Jason Gann 제이슨 갠)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라이언과 윌프레드는 서로 대화가 잘 통하고 뜻이 잘 맞습니다. 우선 이런 설정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지요.
윌프레드(사진출처: FX)
원래 윌프레드는 호주에서 방영해 꽤 인기를 모았던 시리즈라고 합니다. 호주판 윌프레드는 2007년 시즌 1, 2010년 시즌 2를 호주 SBS One에서 방영했는데 AFI Awards에서 3번이나 수상했다고 하는 군요. 호주판 윌프레드에서는 윌프레드 사람 친구가 아담(Adam)이고 윌프레드의 주인이 새라(Sarah)입니다(미국판에서는 사람 친구는 라이언이고 주인은 제나(Jenna)군요). 호주판에서 사람 친구 아담역으로 나온 아담 즈워(Adam Zwar)는 윌프레드 역을 맡은 제이슨 갠의 오랜 친구이자 호주판 윌프레드의 공동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호주판 감독을 맡은 토니 라저스(Tony Rogers)도 제이슨 갠, 아담 즈워와 함께 이 시리즈를 공동제작했다고 하네요.
호주판 윌프레드(사진출처: 호주 SBS DVD Cover)
호주판 성공에 힘입어 미국판을 제작해 2011년 6월부터 Fox TV계 케이블 채널인 FX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미국 어른용 애니메이션인 패밀리 가이(Family Guy)의 제작자인 데이빗 주커만(David Zuckerman)이 호주판 제작자이자 윌프레드 역을 맡았던 제이슨 갠과 미국판 공동 제작자했습니다. 제이슨 갠은 미국판에서도 개 복장을 한 윌프레드로 출연합니다. 호주판에서 윌프레드는 호주 야생개 종류인 딩고(Dingo)였지만, 미국판에서는 딩고가 나오는 것이 어울리지 않으니까 래브러도어 리트리버 종으로 설정을 해 놓았습니다. 라이언에게 사람처럼 보이는 윌프레드의 캐랙터는 호주 배우 러셀 크로(Russell Crowe)가 술 취했을 때 행동하는 것처럼 거친 느낌이 나는 남자로 설정을 했다고 합니다. 러셀 크로가 영화에서는 참 멋있고 연기도 정말 잘하는데 영화 외에서는 거친 행동과 말투로 좀 악명이 높지요. ^^
호주판에서는 아담, 윌프레드, 그리고 옆집 매력녀 새라의 비중이 골고루 비슷한 것에 비해서, 미국판에서는 라이언과 윌프레드 둘간의 관계가 집중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미국판 첫 에피소드에서 라이언의 자살시도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약물남용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라이언은 약을 무지하게 많이 먹었는데도 죽지 않고 깨어납니다. 라이언이 자살에 실패하고 깨어난 후, 옆집의 매력녀 제나가 자기 개 윌프레드를 좀 봐달라고 왔는데 그 윌프레드가 호주 억양을 쓰는 개 복장을 입은 남자로 보이는 겁니다. 라이언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는 윌프레드가 그냥 개로 보이구요. 라이언이 윌프레드를 자주 봐주면서 둘은 친구가 되고 라이언이 자살 시도 전에 남들 눈치가 보여 하지 못했던 일들을 윌프레드와 함께 합니다. 예를 들어 신경거슬리는 무례한 이웃의 집에 몰래 들어가 담배를 피고 난장판을 만드는 뭐 그런 일들이지요.
윌프레드(사진출처: FX)
약 처방전을 주었던 간섭쟁이 누나가 라이언에게 약들이 모두 설탕 알약이라고 말해줘서 왜 자살이 실패했는지 설명해 주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왜 라이언에게만 윌프레드가 사람으로 보이는지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지요. 그러다 보니까 제 생각에 라이언에게 윌프레드가 사람으로 보이는 이유가 몇가지 있을 것 같습니다.
1. 자살 시도 약들이 진짜 약이였기 때문에 지금 라이언이 못 느낄 뿐이지 죽어서 사후 세계에 있다. 그래서 윌프레드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약들이 설탕 알약이란 설명은 사후세계에서 보이는 것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이다.
2. 설탕 알약이였기 때문에 라이언의 자살 시도는 실패했으나 일종의 정신적/심리적 여파로 개가 사람으로 보이는 환상이 생겨났다. 윌프레드는 라이언의 또 다른 자아이며 이 윌프레드를 통해 자살 전 맨 정신으로 하기 힘들었던 일들을 하게 된다.
저는 3편까지 봤는데 미국에서는 시즌 1이 13편까지 방영되었습니다. 혹시 기회가 되면 한번 시청해봐도 괜찮은 시리즈입니다. 이 드라마 시리즈는 성적인 코드가 있긴 한데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적어도 제가 본 3편까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라이언과 윌프레드가 담배나 마리화나를 같이 피우는 장면이나 강한(^^) 언어사용 때문인지 미성년자 시청을 금하고 있군요.
이건 약간 샛길로 빠진 이야기인데,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TV 드라마에서 성적인 코드가 상당히 여과없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CW같은 틴 에이저들이 주 시청자인 공중파 TV 채널이나 Fox TV에서 방영하는 뮤지컬 드라마 “글리(Glee)”를 보게 되면 과연 청소년이 시청해도 되는지 의심되는 성적인 장면이나 10대 임신에 대한 지나친 관대함을 자주 접하게 되지요. 물론 요즘 미국 학생들이 TV에서 나오는 것보다 더 한 행동들을 한다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런 성적인 장면을 써서 청소년들을 성적으로 더 부축이거나 10대 임신을 미화하고, 성적 장면을 이용해 더 많은 청소년들을 시청하게 하려는 나쁜 어른들(드라마 제작자들)의 장난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어른들이 좀 양심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발 아이들 보는 TV 드라마를 너무 돈벌이로 사용하지 마십시요!
아무튼 윌프레드는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니까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은 참고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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