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앞 둔 미국, 그리고 추수감사절 음식들

11월 4번째 목요일은 미국 추수감사절. 바로 내일이 추수감사절입니다. 추수감사절은 한국의 추석에 맞먹는 명절이라서 먹을 것도 많고 아주 풍성한 시기입니다. 몇 주 전부터 마트에 가보면 추수감사절의 풍성한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죠. 제가 이런 분위기를 참 좋아해요. 분위기만으로도 배가 든든한 기분!

 

추수감사절에 먹는 음식은 주로 칠면조, 햄오븐에서 오랜 시간 구어 먹는 고기류주음식으로 하고 이 외에 마른 빵 조각들을 양념해 칠면조 안에 채워넣고 같이 익히는 스터핑(stuffing), 으깬 감자요리인 매쉬드 포테이도(mashed potatoes), 콩깍지채로 먹는 그린 빈(green beans) 등을 조금씩(?) 개인 접시에 덜어 먹습니다. 물론 고기를 오븐에 구우면서 나오는 지방을 기본으로 버터, 밀가루, 우유등을 추가해 걸죽하게 만드는 소스인 그레이비(gravy)도 빼놓을 수 없구요. 이렇게 먹는 것이 대부분 미국인의 추수감사절 기본요리입니다.

 

칠면조 구이. 추수감사절에 제일 많이 먹습니다.

추수감사절을 위해 참 많은 칠면조가 세상을 하직하죠. 삼가명복을 빕니다~

 

 

햄도 많이 먹어요. 돼지들에게도 삼가명복을~~?

 

 

개인접시에 덜으면 보통 이런 비슷한 모습.

 

 

참, 위 접시 맨 아래 붉은 색이 감도는 소스는 크랜베리 소스(cranberry sauce)일 거예요. 이거 정말 맛있어요. 직접 만들어서 먹는 분들도 있는데 직접 만든 크랜베리 소스는 이렇게 알갱이가 살아 있죠.

 

 

 

하지만 대부분 통조림 크랜베리 소스 사서 먹어요. 통조림을 열면 이렇게 쑥 빠져 나옵니다. 얼핏보면 묵같이 보입니다. 새콤달콤 크랜베리 특유의 맛과 향 덕분에 기름기 많은 추수감사절 음식하고 함께 먹으면 아주 맛있습니다. 음~ ^^

 

 

 

칠면조를 많이 먹긴 하지만 사실 꼭 이렇게 먹어야 추수감사절 음식이다 그런 법은 없어요. 한국계 가정에서 우린 한국 추석식으로 추수감사절을 하련다 해서 추석음식으로 차려 먹어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누가 뭐라고 하면, 뭐라고 하는 사람이나 잘 알아서 따로 열심히 해먹으라고 하면 돼요. 그런데 문제는 한국 추석식으로 차리는 것이 너무 손이 많이 가고 힘들다는 겁니다. 반면 미국식 추수감사절 기본요리는 오븐에 넣어놓고 시간되면 꺼내면 되는데다 다른 부음식들도 힘들다거나 오랜 시간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한국 추석식으로 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추수감사절 시기에 미국 마트에서 장을 보게 되면 칠면조 가격이 제일 좋을 걸 알 수 있습니다. 연중 이처럼 칠면조 가격이 저렴한 때가 없더군요. 그래서 칠면조를 많이들 해먹고 또 칠면조 먹는 것이 전통이긴 한데 사실 인간적으로 이 새가 너무 큽니다. 그러니까 저녁식사 후 많이 남게 되구요. 추수감사절이 목요일이라 목/금/토/일요일까지 4일 쉬게 되는데 쉬는 동안 이 칠면조를 다 먹으려 애쓰는 사람들도 많이 있죠. 저희도 전에 많이 노력했어요. 남은 고기로 스프도 만들어 보고 샌드위치도 만들어 보고 여러 노력을 하는데 제 경험이나 다른 미국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질려서 못 먹어요. 결국 다 쓰레기통 행. ㅠㅠ

 

그래서 저희집은 몇 년 전부터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지 않습니다. 대신 누구나 좋아해서 음식이 남아도 열심히 잘 처리할 수 있는 다른 새로 바꿨어요. 바로 닭!!! 칠면조 대신 닭인 셈이죠. ^^

 

닭은 크기도 적당해서 추수감사절 저녁식사 후 거의 남지도 않지만 혹시 남더라도 가족들이 닭을 좋아하니까 다음날에도 깨끗하게 해치울 수 있어요. 햄도 몇 번 해먹어 봤는데 이 녀석도 좀 질리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짜잔~ 올해 저희 추수감사절 저녁 메뉴는 칠면조 대신 닭허벅지/다리 오븐구이가 될 겁니다.

 

추수감사절에 친척이나 친구가 저녁을 준비해서 그냥 몸만 가서 먹어도 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저녁을 준비하는 측에서 칠면조를 비롯 제가 언급한 위 기본요리들을 준비하겠지만, 방문하는 사람도 간단한 요리를 준비해 가지고 가는 것이 예의입니다. 이 때 준비해가는 요리로 캐서롤(casserole), 맥 앤 치즈(Mac and Cheese), 파이(pie) 등이 좋겠지요.

 

캐서롤



맥 앤 치즈

 

 

초대를 받았다면 저녁 준비하는 분에게 어떤 요리를 해갈까 미리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럼 같은 요리가 덜 겹칠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추수감사절 요리는 오븐에서 굽는 게 대부분이네요. 미국은 간단 편하게 살자주의! (그런데 보여주기 위해서 음식 많이 준비하고 차리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 만약 초대받은 집에 무슨 음식을 해갈까 전혀 감이 없다면 포도주(wine) 1~2 병을 사들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추사감사절 저녁을 잘 먹고 나면 먹는 게 끝나냐? 먹보 미국인들에게 그런 걸 바라면 NO, NO, NO! ^^ 또 후식으로 이것저것을 먹는데 파이를 후식으로 많이 먹어요. 가장 인기있는 추수감사절 파이는 아마도 사과파이와 호박파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을이 사과와 호박의 제철이기도 하고 사과는 파이와 제일 잘 어울리죠. 그리고 호박은 가을 느낌을 주기 때문에 추수감사절 및 할로윈 때에도 해먹구요. 제가 호박파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맛있어요. 얌얌.

 

사과파이. 저도 큰 것으로 하나 벌써 사두었습니다.

지금 냉장고에서 추수감사절을 기다리는 중. ^^

 

 

호박파이. 정말 맛있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파이.

 

 

그런데 단 것 엄청 좋아하는 우리들의 미국인들은 이 달디 단 파이조각을 그냥 먹지 않아요. 만만치 않게 단 휩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파이 위에 아래처럼 얹어서 먹기도 한답니다. 헐~ 대단들 하세요.

 

 

 

 

고구마 또는 고구마 비슷한 얨(yam)도 후식으로 인기많은 음식입니다. 얨은 속이 주황빛이라서 한국 호박 고구마 비슷하게 생겼어요. 그런데 당도는 더 강한 것 같구요. 추수감사절 기간동안은 감자, 고구마, 얨을 이렇게 저렇게 아주 많이 먹기 때문에 가격도 연중 비교 제일 좋습니다.

 

얨 - 미국 얨은 사실 진짜 얨이 아니고 부드러운 고구마 종류예요.

 

 

지금까지 미국 추수감사절에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미국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때도 추수감사절과 거의 비슷하게 해서 먹습니다. 저희집은 내일 추수감사절 저녁 만드느라 나름 들썩들썩 재밌을 거예요. 늘 잘 먹지만 내일은 더 아주 든든하게 잘 먹겠습니다. 먹는 거 생각하니까 그냥 좋네요. 흐흐흐~

 

♣ 위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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