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유명문구 "케 세라 세라(Que será, será)"에 대한 이야기
- 먼나라 이야기
- 2014. 4. 16. 08:46
영어권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태리어식으로 Che sarà, sarà, 또는 스페인어식으로는 Que será, será라는 문구를 사용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스페인식 표현으로 잘 알려져서 “케 세라 세라”로 발음하곤 하죠. 이게 영어 문구 Whatever will be, will be를 그대로 이태리어나 스페인어로 번역한 것인데, "일어날 것은 일어나게 되어 있어.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할 일하면서 살아)"라는 뜻이 있는 문구입니다. 한국어로는 통상적으로 “될대로 되라”로 번역하지요.
그런데 "될대로 되라"로 번역하면 완전히 틀린 건 아닌데 의미상 포기나 부정인 느낌이 강조되는 듯해요. Che sarà, sarà는 그냥 영어로 생각해야 되어서 Whatever will be, will be 그 자체거든요. 아~, 이걸 한국어로 옮기려고 하니까 그 뉘앙스가 포함된 적합한 문구가 잘 안 잡히네요. 이 문구를 왜 영어 Whatever will be, will be로 생각해야 하는지는 아래에 설명들어 갑니다.
이태리어식 표기 Che sarà, sarà: 게 사라 사라
스페인어식 표기 Que será, será: 스페인어식 발음은 케 세라 세라. 영어식은 일반적으로 케이 세라 세라, 케 서라 서라, 키 세라 세라, 키 서라 서라 등으로 읽더군요. 이 중 편한 것으로 고르세요. ^^
Che sarà, sarà(Que será, será)에는 약간 재밌는 역사가 얽혀 있습니다. 이 문구를 얼핏보면 이태리나 스페인 또는 라틴에서 온 말같이 보입니다. 그런데 약간 황당하게도 이 문구은 16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짝퉁 외국어입니다. 재밌죠. 영어 Whatever will be, will be를 그대로 이태리어 또는 스페인어로 옮긴 것이라서 라틴어 및 이태리어나 스페인어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식 문장의 구조입니다. 아마도 해당 외국어 지식이 있는 영국의 귀족층에서 이 문구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구의 역사는 거슬러 거슬러 16세기 영국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페인식 철자 Que será, será는 영국 서리의 템즈 디톤(Thames Ditton, Surrey) 성 니콜라스 교회의 동으로 만든 벽장식(1559년)에, 그리고 이태리식 철자 Che sarà, sarà는 베드포드 백작가문(나중에 베드포드 공작가문이 됨)에서 처음 보여진다고 하네요. 1대 백작인 존 러셀(John Russell, 1st Earl of Bedford)이 1525년 파비아(pavia) 전투를 겪으며 이 문구을 모토로 사용했고, 나중에 자기 비석에 새기게 했다는 거죠. 이걸 2대 백작인 그의 아들 프란시스 러셀(Francis Russell, 2nd Earl of Bedford)이 1582년경 이 문구를 가문의 모토로 정한 거구요. 베드포드 백작가는 나중에 공작가문이 되고 자손대대로 이 모토를 유지했고 또 다른 귀족가문도 차용하고 그랬나 봐요. 아마도 이때의 Che sarà, sarà (Que será, será)의 의미는 일어날 것은 일어나니까 전쟁터나 인생에서 생사에 고민하지 말고 용감하게 싸우고 귀족으로서 적합하게 살아라 뭐 그런 의미가 있었던 것 같구요.
사진출처: Google Images
그런데 나중에 1590년에 쓰여진 크리스토퍼 말로우(Christopher Marlowe)의 희곡 “파우스투스 박사(Doctor Faustus)”에서 Che sarà, sarà가 대사 중에 등장합니다. 그 후 17세기초가 되면서는 영어권에서 대화 중에 종종 이 문구를 사용되게 되지요. 현재 한국어에서 가끔 영어를 섞어 다른 또는 이국적 느낌이 나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일 거예요. 그리고 17세기초부터는 “이미 이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던 거였어" 같은 운명론적 의미도 이 문구에 추가로 들어가게 됩니다.
영어권에서 Que será, será는 1956년 제이 리빙스턴(Jay Livingston)과 레이 에반스(Ray Evans)작곡한 노래로도 유명합니다. 이 노래는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The Man Who Knew Too Much”에서 도리스 데이(Doris Day)가 불렀어요. 그런데 도리스 데이의 노래와 제가 최근에 소개한 비슷한 제목의 이태리 노래 “Che serà”와는 서로 다른 것입니다.
도리스 데이의 “Que será, sera”는 작곡자 리빙스턴과 에반스가 1954년 작 할리웃 영화 “The Barefoot Contessa”의 장면 중 가상의 이태리 가족의 모토 Che sarà, sarà를 보고 차용했다고 하네요. 이 문구를 노래 제목과 가사에 사용하면서 이태리식 대신 스페인식 Que será, será로 바꿨구요. 사람들이 작곡자들에게 이 노래 제목을 왜 이렇게 정했냐고 물어보니까,
세계적으로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많으니까요.
라고 답했다는 약간 썰렁한 전설이...
도리스 데이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비슷한 제목의 이태리 노래 “Che serà”에서의 의미는 영어권에서 즐겨 사용하는 Che sarà, sarà의 의미와는 약간 다른 것 같아요. 이태리 노래 Che sarà를 그냥 단어 그대로 영어로 "What will be?", 즉 "어떤 일이 (미래에) 일어날까?"로 이해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또 Che sarà를 Che sarà, sarà로 동일하게 보기도 하구. 에고~ 복잡해라... 이렇게 이해해도 듣기 괜찮고, 저렇게 이해해도 괜찮으니까, 뭘로 이해해도 상관없을 듯 하긴해요. ^^
Che sarà - What will be?
Che sarà, sarà - Whatever will be, will be.
복잡한 듯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래 2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1.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문구 Che sarà, sarà (Que será, será)의 기원은 영어 Whatever will be, will be를 그대로 이태리어나 스페인어로 풀어 쓴 짝퉁(^^) 외국어 문구였다.
2. 이 문구를 한국어로는 “될대로 되라”로 통상적으로 번역하지만, 실제로는 “일어날 것은 일어나게 되어 있어.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할 일하면서 살아)”의 뉘앙스가 들어있다.
아래 영어권에서 유명한 도리스 데이가 부른 Que será, será 붙여 두었습니다. 한번 들어 보세요. ^^
P.S.
이것은 갑자기 생각나서 덧붙이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는 한동안 아래 문구가 인기를 끌었었어요. 어찌보면 인생을 즐기며 사는 비법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 문구가 좋다고 여기시면 인생의 모토로 잡으셔도 될 듯 해요. 제 개인적으로는 아주 공감하며, 인생의 기본태도로 잡고 있습니다.
Don't sweat the small stuff.....and it's all small stuff.
(직역하면) 소소한 것에 땀빼지 마세요..... 그런데 모든 것이 소소한 것이예요.
위에서 땀빼지 말라는 뜻은 작은 일이라도 할 건 하되,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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