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을 직접 만들어 먹자! 여긴 배달이 안되거든요. ^^;;

주말이라 뭔가 또 든든하게 먹고 싶어집니다. 전에 돈까스나 탕수육 만들어 먹으려고 돼지고기 로인(pork loin) 부위를 산게 있었거든요. 그걸 가지고 탕수육을 만들어 봅니다. 아래 자료를 보니까 돼지고기 로인은 한국에서 돼지고기 등심과 갈비 부분, 그리고 안심 일부분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로인 부분은 지방이 적고 살코기가 주라서 돈가스나 탕수육하기 딱 좋은 것 같아요.


미국 돼지고기 부위별 명칭


한국 돼지고기 부위별 명칭



저희가 산 로인 덩어리는 약 6 파운드(2.73kg)였어요. 이 고기 가격이 또 좋았지요. 파운드에 $1.98, 즉 454g에 2,180원이였습니다. 그래서 2.73kg짜리 로인(한국식 아마도 돼지 등심)이 13,300원이였다는.... 전에도 몇번 말했지만 아이들 많은 집은 이런 좋은 가격이 있으면 사고봐야 해요. 이 덩어리를 사서 냉장고에 꽝꽝 얼려뒀다가 간만에 기분도 땡기겠다 해서 어젯밤부터 해동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튀기기 작전에 돌입! 저는 보통 이런 튀기는 음식하는 걸 싫어해요. 우선 식구가 많아서 한번 하게 되면 많은 양을 튀겨야 하는데 그러자면 오래 서서 튀겨야 하거든요. 그럼 다리가.... 너무 아파요. 그런데 뭔 땡기는 게 있었는지 오늘은 탕수육을 하겠다고 일을 벌이고 맙니다. 남푠이 도와주니까 만드는 게 훨씬 쉽기도 하구요.


탕수육을 하긴 해야하는데 하나하나 튀기기 귀찮아서 탕수육 탈을 쓴 돈까스로 만들까도 생각을 해봤어요. 그럼 튀기느라고 서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해서요. 어쨌든 숙련된 솜씨의 남푠님이 돼지고기 로인부분을 돈까스용 스테이크식으로 우선 잘라 줍니다.


제 남푠님 솜씨. 이쁘게 잘 잘랐죠?



자르고 남은 짜투리는 조그만 조각으로 잘라서 전에 돼지고기 짜투리 모아서 얼린 통에 함께 넣어 냉동실에 보관할 거예요. 돼지고기 짜투리들은 나중에 김치찌개 해먹을 때 삼겹살과 함께 넣어 먹으면 또 맛있죠.




제가 돈까스처럼 만들어 보겠다니까 남푠님이 망치로 스테이크식으로 자른 돼지고기를 두드려 줍니다. 이래야 연하니 더 먹기가 좋으니까요.




두드려 잘 펴놓은 돼지고기 로인 스테이크와 아직 두드리기 전 크기를 비교해 보세요. 두드리니까 아주 잘 펴졌죠?




위 두드린 스테이크와 아직 두드리지 않은 스테이크를 보자니 이런 문구가 생각나는 군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하지만 저희집에서는,


두드려라, 그러면 펴질 것이다!



저희는 고기요리에 특별한 양념은 쓰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소금, 후추, 간간히 마늘가루예요. 소금은 꼭 코셔 소금(Kosher salt)으로 쓰구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코셔 소금이 소금입자의 면적이 넓어서 조금만 넣어도 짠맛이 잘 나요. 그래서 소금을 많이 넣을 필요도 없고 또 짠맛도 맛있게 느껴지는 짠맛이예요.




잘라논 스테이크 양이 너무 많아서 반만 열심히 두드려 놓았습니다. 반은 코셔 소금과 후추만 가지고 양념해서 층으로 쌓아 뒀어요. 나머지 반은 두드리지 않은 상태로 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을 해 재워두었구요. 간장으로 재운 것은 내일 오븐에 구워서 반찬으로 해먹을 거예요.




두드리고 펴주고 그리고 양념한 돼지고기 등심 스테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탕수육으로 튀겨야 하는데 귀차니즘과 실험정신이 올라오더라구요. 그래서 저 큰 스테이크에 탕수육 튀김옷을 입혀 덩어리로 그냥 튀겨봤어요. 이렇게 큰 덩어리로 통크게 튀겨도 괜찮다면 튀기느라고 오래 서있을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스테이크 조각이 거대하다보니까 튀기는 데도 시간도 좀 걸리네요. 헉헉. 잘 튀긴 후 맛을 보니까 맛은 좋은데 먹기가 불편해요. 튀긴 것이 돈까스 크기라서 삼지창과 칼(fork & knife)로 잘라서 먹어야 하고 탕수육 튀김옷이 돈까스 크기 큰 덩어리 돼지고기에는 부적합하더군요. 탕수육 튀김옷은 작은 크기에 고기에 적합하다는 결론도달. 그래서 탕수육 크기로 돼지고기를 모두 잘라 주고 튀김옷을 입혀 적당 양씩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튀긴 것을 망위에 올려 놓으면 아이들이 "아~ 맛있어요!"하면서 하나 둘씩 집어가서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저는 열심히 끙끙거리며 튀기고 있는데 정작 남는 것은 거의 없는 거예요. ㅠㅠ 튀기는 것에 더 열중해서 탕수육이 그나마 좀 모여지길래 접시에 올려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따로 나눠 줬어요. 아이들이 탕수육 소스를 좋아하지 않아서 소스는 따로 만들어 주지는 않았구요. 요 녀석들이 큰 접시로 몇번을 먹었더라.... 큰 접시로 한 4번을 먹은 것 같은데 4 접시 먹고 배가 부르대요. 그렇지.... 너희들도 한계가 있겠지.


튀겨서 올려 놓으면 게눈 감추듯 금방 사라집니다.

분명히 방금 전 튀겨서 많이 올려놨는데 다 워데로 간 것인가!!!



이제 아이들은 충분히 먹었으니 "애덜은 가!" 모드로 전환합니다. 남푠이랑 제가 먹을 것도 챙겨야지요. 거의 한시간 넘게 서서 이걸 튀기고 있었는데 정작 제가 먹을 건 없다면... 다리도 아픈데 머리에서 열까지 올라오면 안되죠. ^^


"애덜은 가!" 하면서 확보한 탕수육. 남푠이랑 둘이 오손도손 먹을 거예요. ^^



남푠이랑 오손도손 함께 먹을 걸 확보해 가면서 탕수육 소스도 따로 만들었습니다. 자~ 이제 기다리던 시식시간! 탕수육 튀긴 것만 먹어도 맛있지만 소스와 함께 하면 탕수육 튀긴 것에 폭신폭신한 느낌이 생기면서 더 맛있어져요. 왜 소스를 곁들이는지 다시금 끄덕끄덕이게 되는 순간.



 

탕수육 튀기느라고 오래 서서 고생을 했으니 맥주를 한모금 마시면서 제 스스로에게 "참 잘했어요~!" 칭찬을 해줍니다. 남푠은 맥주를 마시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저만 캔에서 1/3 정도 마시고 나머지는 다시 냉장고행. 나중에 마시고 싶으면 다시 꺼내서 마시면 됩니다. 저는 김빠진 맥주도 홀짝홀짝 조금씩 잘 마셔요. 이렇게 마시니까 12 캔 사면 3개월은 충분히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니까 12 캔으로 4개월까지도 지내더군요.


어쩌다 이 맥주 사진을 계속 올리게 되었는데 이 맥주는 유명하거나 특별한 브랜드는 아니예요.

마트에서 제일 저렴한 맥주로 고른 겁니다.

뭐든 그때그때 마트에서 제일 저렴한 맥주가 있으면 그걸 사서 마십니다. ^^



6 식구 모두 아주 든든하게 다 잘 먹고도 이만큼 남았어요. 튀긴 음식이라서 먹는 한계가 있는데 나중에 뱃속 기름기가 좀 가시면 아래 남은 것도 누군가 다 먹을 거예요. 내일까지 남아 있을 확률은 아주 낮다고 봅니다.




이렇게 싫컷 먹으니까 탕수육에 대한 먹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해소되었습니다. 아무리 대한의 배달민족이라도 탕수육, 짜장면, 짬뽕은 제가 사는 애리조나에 배달이 되지 않아요. 흑흑흑. 그래서 이렇게 직접 만들어 먹으면서 그 절절한 그리움을 해결해 봤습니다. 든든하게 먹고 맛도 좋으니까 당분간 탕수육은 생각나지 않을 것 같아요. ^^*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