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수감사절 우리집 음식들
- 먹는 즐거움
- 2014. 11. 29. 08:40
미국 추수감사절에 우리집에서 만들어 먹은 음식들
어제 추수감사절에 집에서 만들어 먹은 음식들입니다. 저희 추수감사절 기본 주요음식으로는 그린 빈, 스터핑, 롤빵을 곁들인 닭 오븐구이였고 호박파이, 사과파이, 고구마와 얨 구이 등이 후식이나 간식류였습니다. 전에 제가 오븐에서 요리한 닭을 오븐 닭구이라고 불렀는데 "닭 오븐구이"가 더 괜찮게 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부터는 "닭 오븐구이"로 바꿔 부르겠습니다. ^^
우선 첫째랑 둘째가 호박파이와 사과파이를 만들었습니다. 파이 만들고 나가서 놀으라고 했더니만 나가서 놀 계획에 아침부터 분주하더군요. 아침 9시부터 파이 크러스트 반죽 만들고 파이 속채우기(filling) 준비하고 하더니 12시경까지 파이는 다 끝냈습니다. 그러고는 추수감사절 이브에 먹고 남은 돼지등심과 다른 음식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더니 뒤도 안돌아 보고 첫째부터 네째까지 모두 나가서 놉니다. 첫째와 둘째는 파이만 만들면 되는 것이고, 주요 음식은 주방장 남푠 & 보조 주방장 애리조나 노라 이런 구성으로 진행되니까 아이들이 모두 나가서 놀아도 사실 전혀 문제는 없어요. 집안이 조용하니까 오히려 편하기까지 하더라는... ^^
파이 크러스트 쓰고 남은 반죽은 이렇게 또 구웠습니다.
아이들이 비스킷 맛이랑 비슷하다고 나눠 먹더군요. ^^
파이를 구워서 오븐이 아직 따땃하니까 계속 오븐을 돌립니다. 이번엔 고구마와 얨(yam)을 구웠습니다. 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미국 얨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먹는 진짜 얨이 아니라 부드러운 고구마(soft sweet potatoes)를 얨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고구마라고 하면 약간 단단한 종류의 고구마(firm sweet potatoes)를 의미하는 것이구요. 저는 이번에 고구마와 얨을 모두 함께 사서 구워봤습니다.
굽기 전 - 왼쪽은 얨 & 오른쪽은 고구마
굽기 전 반을 자른 모습 - 연노란색은 고구마 & 주황색은 얨
양이 많아서 두차례로 나눠 오븐에 구웠어요. 아래 사진은 1차로 오븐에서 나온 고구마와 얨입니다. 구워놓으니까 고구마와 얨의 그 차이가 확실히 보이죠.
구운 후 - 연노란색은 고구마 & 주황색은 얨
남푠이랑 저랑 함께 고구마와 얨을 구우면서 먹으면서 다른 것도 하고 이러고 있는데,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생각보다 빨리 2시간만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한 4시간쯤 질리도록 놀다가 돌아올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밖에서 노는 게 재미없었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밖이 더워서 시원한 집에서 쉬려고 들어왔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쌀쌀했었는데 이게 무슨 조화?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까 이번 추수감사절이 피닉스 기록측정 후 가장 따뜻한 추수감사절로 최고기온이 섭씨 30.5도(화씨 87도)였습니다. 11월 말인데 아주아주 따뜻하죠? 아이들이 놀면서 더울 수 밖에 없겠더군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 오늘도 비슷한 기온입니다. 피닉스의 가을 날씨가 약간 부러우실까요? )
놀고 돌아온 아이들은 당연히 배가 고프죠. 고구마와 얨 구워놓은 걸 보더니 세째와 막둥이 네째는 신나서 껍질 벗기며 막 먹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고구마와 얨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 걸 먹었지만, 세째랑 네째는 적어도 2개씩 먹은 것 같아요.
에공~ 먹느라고 바빠서 막둥이 손이 안 보일 정도네요... ^^;;
고구마와 얨 1차 구운 것은 이렇게 해서 거의 다 먹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저희에게는 오븐에서 구워지는 2차 고구마와 얨이 있었습니다. 2차 구운 것은 나중에 후식으로 먹으려고 따로 두었습니다.
2차로 구운 고구마와 얨
놀다 돌아온 아이들이 집에서 먹고 쉬면서 한 2시간 동안 놀더니만, 오후 4시쯤이 되니까 또 나가서 놀고 싶대요. 이제는 밖이 좀 시원해졌을 거라는 아이들의 의견. 그래서 모두모두 나가서 놉니다. 집안은 다시 조용해지고.... 남푠이랑 저랑은 이 조용함 한가운데에서 본격적인 추수감사절 저녁을 시작했구요. 이제 남푠이 잘 해동된 통닭에 코셔소금, 후추로 양념을 간단히 한 후 오븐에 집어 넣었습니다. 저는 닭이 오븐에 들어간 다음 한 40분 동안은 할 일이 없어서 띵까띵까 인터넷 확인하면서 놀았구요.
그러다 드디어 제가 할 임무 차례. 감자, 당근, 양파의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저희는 으깬 감자인 매쉬드 포테이토(mashed potatoes) 대신에 감자, 당근, 양파를 닭과 함께 오븐에서 구워서 먹거든요. 아이들이 감자를 좋아해서 5 파운드(2.27kg) 한 봉지를 모두 다 넣었습니다. 감자, 당근, 양파의 껍질을 까고 자르는 작업은 모두 제 담당이라서 주방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우선 열심히 껍질까기 작업에 열중합니다.
지금까지 과정은 대충대충 놀면서 일해도 되는 거예요. 하지만 닭 오븐구이가 완성되기 한 30분 쯤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것저것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닭을 구우면서 나온 지방을 모아 그레이비 소스(gravy sauce)를 만듭니다. 그리고 스터핑(stuffing)도 만들어 놓고 그린 빈(green beans)도 볶아서 완성합니다. 그린 빈은 너무 오래 볶지 않는 게 맛있어요. 그리고 냉동 그린 빈보다 신선한 것으로 선택하시는 것이 좋구요. 그레이비 소스는 남푠이 잘 만드니까 남푠 담당, 스터핑과 그린 빈 요리하는 것은 제 담당이였습니다.
스터핑은 조미료 맛이 강하긴 하지만 크래프트(Kraft) 것이 맛있어요.
그리고 칠면조 스터핑보다 닭 스터핑이 더 맛있습니다.
그린 빈.
마트에 가면 자기가 원하는 만큼 집어서 무게로 가격을 매기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포장된 것도 있습니다. 저는 포장된 게 왠지 더 믿음이 가서 포장된 것으로 구입합니다.
닭 오븐구이가 다 완성이 되면 아직 따뜻한 오븐에 롤빵을 넣어 구워줍니다. 이건 마트에서 파는 건데 6~8분만 구워주면 돼요. 간단하죠. 작년에는 첫째랑 둘째가 비스킷을 만들었지만 올해는 아이들이 파이를 2개나 만들었기 때문에 간단한 롤빵으로 대체했습니다. 비스킷까지 만들면 아이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하게 되니까요. 첫째와 둘째는 추수감사절 아침에 호박파이와 사과파이 만든 걸로 충분하고도 넘치게 기여를 했습니다. 아주 장해요~! ^^
음식이 다 완성되어가니까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먹을 때는 진짜 딱 알아채요. 집안에 들어오자 마자,
와~ 냄새 너무 좋다!
저는 이런 아이들의 탄성을 듣는 게 정말 좋아요. 그래야 음식한 보람이 있잖아요.
이제 접시에 음식을 담아 봅니다. 이건 그레이비 소스 얹기 전의 모습이예요.
이건 제 것이군요. 저는 닭가슴살을 좋아해서 고걸로...
요건 아이들 것 중 하나. 아이들은 가슴살보다 다리나 허벅지살을 좋아해요.
어른과 취향이 달라서 싸울 필요없고 참 다행입니다.
그레이비 소스 얹기 전에 각자의 접시들만 모아 사진 한방 찍어 주고....
이제 그레이비 소스를 얹어 봅니다. 세째 빼고는 다 그레이비 소스를 원했어요. 그래서 세째 접시에만 그레이비 소스가 없습니다. 대신 세째의 접시에는 튼실한 닭다리 하나가 버티고 있지요.
아래 남푠과 저의 접시들만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위 접시들에서 검붉은색의 잼같이 보이는 것은 크랜베리 소스(cranberry sauce)입니다. 제가 이걸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크랜베리 소스는 제가 언제나 열심히 챙깁니다. 추수감사절에 먹는 닭이나 칠면조 요리에 크랜베리 소스 없다면 앙꼬없는 찐빵! 적어도 저한테는 그래요. ^^
크랜베리 소스
미국에서는 크랜베리 관련해서 Ocean Spray가 가장 잘, 그리고 많이 제조하는 회사예요.
이렇게 먹었더니 너무나 배가 불러서 디저트는 꿈도 못 꾸겠더라구요. 한 시간쯤 소화를 시킨 후 사과파이를 잘라 식구들이 한 조각씩 나눠 먹었습니다. 이제 진짜 더이상 음식이 들어갈 뱃속 여분이 없어요. 사과파이를 먹으면서 남푠이 아이들에게,
오늘 많이 먹었으니까 소화시키기 위해서 좀 늦게 자도 된다.
그러자 세째가 곧바로 답합니다. 짜슥이 요럴때 아주 민첩해요.
아빠, 사랑해요~~~.
남푠님 입이 귀에 걸립니다. 그럼 제가 질투는 아니고 그저 다정한 눈빛(? )으로 지긋이 세째를 쳐다보죠. 그랬더니 세째가 제게도,
엄마도 사랑해요.
엎드려 절 받은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랑한다니까 대만족~! 사랑한대잖아요. 우~ 하하하.
호박파이랑 고구마과 얨 구운 것은 다음날 먹으려고 냉장고로 들어 갔구요. 닭 오븐구이도 감자, 당근, 양파 포함해서 약간 남아서 냉장고에 잘 모셔뒀어요. 오븐구이 남은 것은 금요일날 살짝 데워서 점심으로 먹으면 딱 좋겠어요.
올 추수감사절도 이렇게 잘 먹고 지나갔습니다. 이제 다음 차례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한달도 남지 않았네요. 또 다른 많이 먹자의 시기. 세월가는 게 딱히 좋은 것도 아니니 열심히 먹으면서 연말연시를 아름답게 보내기로 하죠. 제 인생에 모토가 몇개 있는데 딴 건 몰라도 이 모토들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잘 먹고, 잘 살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
들을 때마다 고개가 저절로 끄떡끄떡 해지는 대단한 명언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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