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아이 스테이크 - 부활절 이브를 스테이크와 함께

미국에서 부활절에는 보통 큰 덩어리 햄을 잘라 저녁식사로 먹곤 합니다. 이 햄은 한국에서 말하는 햄하고는 전혀 다른데 일반적으로 햄은 돼지 뒷다리 부분을 통째로 절이고 훈제해서 저장한 음식이예요. 그래서 덩치가 꽤 크죠. 그러고 보면 햄이 미국 많은 명절 단골 메뉴이긴 하네요. 부활절, 추수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 많이들 먹으니까요.


이번에 저희도 햄 한덩이를 사오긴 했는데 아직 먹을 생각은 없어서 냉장고에서 쉬게 뒀어요.



햄도 사왔지만 저희가 부활절 이브인 토요일 저녁에 먹으려고 한 것은 소고기 통 립아이(whole ribeye)입니다. 립아이는 한국어로 꽃등심 또는 알등심이라고 한다고 하구요. 13.73 파운드(6.2kg) 큰 통 립아이로 사왔는데 저희는 이걸 오븐에서 통구이를 해서 먹을 것이 아니라, 립아이 스테이크로 해서 먹을 거예요. 스테이크로 자르는 것은 언제나처럼 숙련된 솜씨의 남편이 맡아서 했구요.


 



이 통 립아이는 위 고기와 아래 갈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갈비 부분은 잘라 나중에 갈비탕 끓여 먹으려고 따로 두었어요. 스테이크로 자르다 보니까 짜투리 고기도 좀 나와서 그것도 함께 갈비탕에 넣으려고 갈비와 함께 냉동실에 넣어 두었구요.


윗쪽 고기부분



아랫쪽 갈비부분



갈비부분는 갈비결대로 자르고 다른 짜투리 고기와 합쳐 냉동실에 보냅니다.

양이 꽤 많죠? 나중에 갈비탕 끓여 먹을 거예요.



이제 립아이 고기부분을 남편이 스테이크 식으로 자르기 시작했어요. 한 스테이크 당 두께는 2~2.5cm 정도로 맞췄구요. 두꺼운 스테이크가 맛있거든요. 이렇게 자르니까 총 13개의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10개는 모양이 이쁘게 나왔고, 3개 정도는 덜 이쁘게 나왔어요. 덜 이쁘게 나온 건 테스트용으로 구워 먹을 거구요.


총 13개의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스테이크로 자르는 작업은 아이들이 정원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 했거든요. 고기도 자르느라고 힘썼겠다 해서 남편과 저만 또 테스트로 덜 이쁜 걸로 립아이 스테이크를 구워 먹습니다. 이번에는 세째가 화장실 쓴다고 잠깐 집에 들어왔는데 스테이크 몇 점을 주면서 제가 뇌물을 썼죠. 비밀을 지켜달라구요.  아직 다른 음식들이 준비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들어오면 저랑 남편이 너무 정신이 없어지거든요. 세째가 비밀을 잘 지켜주더군요. 우린 코드가 잘 통해요~. ^^ 




립아이 스테이크를 다 잘라 식사 전 굽기만 하면 되니까, 이제 저는 아이들 놀이터에서 들어오기 전에 다른 음식을 시작해야 해요. 감자를 오븐에서 굽고, 블랙베리도 씻어 두고, 로메인 상추도 씻어 잘라 곁들일 샐러드 및 다른 음식들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스테이크랑 함께 먹으려고 블랙베리 2 통 사왔어요.

블랙베리랑 스테이크랑 고거 또 참 잘 어울리거든요.

이 블랙베리는 국경 건너 멕시코에서 오신 수입품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애리조나는 바로 멕시코 위라서 거기가 거기라는 것. ^^



싫컷 놀고 나서 아이들이 돌아 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테이크를 구워야겠죠. 남편이 스테이크를 굽는 중에 저는 샐러드를 만들었어요. 거의 시저 샐러드와 비슷한 형태인데 저희 먹는 방식대로 샐러드 드레싱은 따로 넣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멕시코식 치즈인 파넬라 치즈(Panela Cheese) 대신에 이태리식 치즈인 리코타 치즈(Ricotta Cheese)를 넣어 봤어요. 리코타 치즈가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해서 맛이 궁금했었거든요. 그런데 저에게 리코타 치즈는 좀 별로더군요. 많이 달큰해요. 그리고 물기도 많은 편이구요. 제 입맛에는 파넬라 치즈가 더 좋습니다. 파넬라는 달큰하지 않고 고소해요. 그리고 물기도 리코타 치즈보다 적구요. 다음에는 그냥 파넬라 치즈로 사서 먹을꺼예요. 그래도 먹어봐야 그 차이점을 알 수 있는 거니까 제 도전정신은 맘에 듭니다. ^^


리코타 치즈



샐러드는 로메인 상추에 리코타 치즈와 크루탄(crouton)을 얹어 만들었어요.

이 크루탄은 아주 두꺼운 식빵인 텍사스 토스트용 빵으로 만든 거예요.

그래서 이 크루탄은 보통 일반 크루탄보다 한 1.5~1.8배로 아주 크답니다.

큰 크기의 크루탄만 봐도 듬직한 느낌. 제가 통 큰 걸 또 좋아하잖아요. ^^



여기는 세 접시만 사진을 찍었는데 식구 한 사람당 샐러드 한 접시 먹었어요.

왼쪽부터 제 샐러드, 남편 샐러드, 첫째 샐러드

다들 작은 접시에 만들어서 먹는데 저만 큰 접시에 잔뜩 얹어 먹는 센스.



자~, 이제 스테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우선 첫째의 스테이크 접시입니다.




둘째, 세째, 네째의 스테이크들

첫째와 마찬가지로 스테이크 한 접시와 샐러드 한 접시 해서 셋트로 만들어 가져다 먹었습니다. 첫째랑 둘째는 스테이크를 직접 잘라 먹어도 되니까 제가 잘라주지 않았어요. 세째와 막둥이 네째는 어려서 칼질하기가 아직 불편해서 제가 다 잘라줬구요. 첫째와 둘째가 먹을 스테이크는 medium으로 구워주었고, 세째와 막둥이 네째가 먹을 스테이크는 well done으로 잘 익혀 줬습니다.


둘째의 스테이크 접시



세째의 스테이크 접시



네째 막둥이의 스테이크 접시



이제 저희 것도 가져다 먹어야겠죠? 구성은 아이들 것과 같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스테이크 접시가 약간 더 크다는 것과 구운 감자 안에 치즈 한 장을 넣어줬다는 거예요. 그리고 스테이크는 medium rare로 익혔습니다.


이건 제 거예요.

으흐흐흐~ 아주 맛있었습니다.



이것은 남편 것



잘라논 스테이크가 13개나 되어서 싫컷 먹었는데도 식구 6명이 스테이크 7개가 최대치더군요. 더이상은 도저히 들어가지 않아요. 나머지 스테이크 6개는 또 스테이크가 당긴다고 느껴질 때 다시 구워먹으려고 냉동실에 보내줬어요. 그리고 갈비탕용 갈비와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겼고... 한 2~3끼는 립아이 스테이크나 갈비탕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예요.


부활절 전야제로 어제 이렇게 든든히 먹었으니 고기생각은 없고, 오늘은 부활절이니까 그 분위기에 맞춰 달걀을 삶아 먹으려고 해요. 오,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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