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김치와 오이 물김치 만들어 먹었어요.
- 먹는 즐거움
- 2014. 1. 14. 04:25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김치를 담아 보자!
제 1탄 - 오이 김치와 오이 물김치
제가 지난번에 히스패닉계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고 말씀드렸지요.
히스패닉계 마트의 채소와 과일가격이 정말 좋아서 오이, 파, 당근, 감자, 오렌지, 사과,
바나나, 토마토 등등등 채소와 과일 중심으로 카트가 터지게 사왔습니다.
이 중 오이와 토마토는 얇게 잘라 플라스틱 통에 넣어 두면 아침에 간단한 샌드위치 만들때
넣어 먹어도 좋고, 그냥 몇개씩 집어서 먹어도 맛있어요. 제 아이들도 오이, 토마토, 당근
같은 것은 그냥 씻어서 잘라주면 그대로 아주 잘 먹습니다.
히스패닉 마트에서는 오이가 $0.99(약 1,100원) 5개.
오이가 제철일 때는 $0.99에 9개까지도 하지만 $0.99에 5개면 타 미국 일반 마트에 비해서는
천사표입니다. 요즘 타 피닉스 일반 마트에서는 보통 오이 1개에 $0.99든지, 좀 싸면 $0.79(약 880원)
정도 하거든요. 오이 소박이 비슷한 걸 해먹고 싶은데 히스패닉 마트에서 $0.99에 5개하는 걸 알면서
동네 마트에서 오이 한 개당 $0.79 주고 오이 김치 만들기는 좀 불편하죠.
그래서 오이도 사고 다른 여러 채소와 과일도 살 겸해서 히스패닉 마트에 갔습니다.
오이 가격이 좋으니까 20개 사왔는데, 한 40개 정도 든든하게 사고 싶어도 오이 맛을 알 수 없어서 많이
사는 모험하기가 꺼려지더라구요. 가끔 어떤 비료를 썼는지 오이 맛이 시원한 게 아니라 아주 씁니다.
이런 쓴 오이를 모르고 잔뜩 사오게 되면 그냥 생으로 잘라 먹기에도 너무 써서 고역이고
오이 김치 만들기에도 써요. 그럼 오이 김치에 들어간 양념까지 다 버리는 거죠. ㅠㅠ
그래서서 맛을 확인하기 위해 20개만 사왔습니다. 맛있으면 나중에 가서 더 사려구요.
미국에서 오이를 사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미국 오이는 한국 오이랑 좀 다릅니다.
모양도 색도 두꺼운 두께도 거의 한국 호박같이 생겼어요. 껍질은 한국 오이보다 두껍고 색은
진한 녹색입니다. 그리고 표면은 한국 오이보다 매끈한 편이죠. 종류에 따라서는 안에 씨가
참 많아요. 또 어떤 오이는 씨가 너무나 튼실해서 무슨 박씨를 씹는 느낌까지 납니다.
다행히 저희가 사온 오이는 씨가 튼실하지 않아 먹기 좋은 녀석이였는데, 오이 김치같은 걸
만드려면 아무래도 씨가 적은 녀석이 좋지요. 표면은 유통 중 신선도 유지 때문인지 많이들 왁스를
발라 두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식용에 문제 없다고 하지만 제가 이 왁스에 민감해서 왁스칠한
오이는 잘 못먹습니다. 오이표면의 왁스는 그릇 닦는 수세미로 문질러 어느 정도 벗겨 줍니다.
그러면 먹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습니다. ^^
남편이 김치류를 잘만드는 편이지만 오이 소박이 느낌나는 오이 김치도 참 잘만들어요.
어릴 때부터 이민와서 한인, 더더구나 한인 마트를 근처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역에서 자라서
그런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식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꽤 잘 발달시켜 왔습니다.
시어머니께서도 음식을 잘하시지만, 남편 또한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여러 실험을 해왔더군요. 미국에서 터를 잡고 사니까 이제는 환경에 맞춰 살아야 되니까요. ^^
(그런데 신기하게도 음식 만들기는 현지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재료를 가지고 한식
비슷하게 만들어도 오히려 '더 맛있네!'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각설하고 남편의 음식 철학은,
주변에서 싶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기본 양념으로 맛있게 만들자!
입니다. 저도 이 음식철학에 꼽싸리 껴서, "Me, toooooo!" ^^
오늘도 남편님의 음식철학에 맞춰 오이 소박이 비슷한 오이 김치를 만들어 봤습니다.
오이 김치(오이 소박이?) 재료
오이, 미국 일반 파(한국에서 파김치파와 거의 비슷), 당근, 세라노 고추, 소금,
멸치액젓(또는 까나리액젓), 마늘가루, 고춧가루, 설탕
부추를 넣으면 좋겠지만 이거 구하러 동양 마트나 한인 마트까지 가기 번거로워 흔히 구할 수
있는 파를 파절이 채칼로 열심히 채를 칩니다. 혹시 주위에 스트레스 주는 인간이 있다면
파를 그 인간이라 여기며 열심히 채쳐 줍니다. (좀 끔찍한가?? ^^)
파를 채친 후 당근도 갈아 넣고 세라노 고추도 다져서 좀 넣습니다.
세라노 고추(serrano peppers: 서라노에 가깝게 발음하지만 편의상 세라노로 표기)의 맵기는
매운 고추로 유명한 할러피뇨 고추(jalapeño peppers) 정도인데 세라노 고추의 그 매운 맛이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저희집은 매운맛 낼 때 할러피뇨 고추보다 세라노 고추를 즐겨 사용합니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투하하고 멸치액젓, 설탕도 간을 맞춰가며 적당히 넣으면 됩니다.
마늘 다진 건 왠지 이 오이 김치와는 잘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마늘가루로 대체해서 넣었습니다.
맛이요? 한번 해서 드셔보세요. 아주 맛있어요.
특히 시원하게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날 먹으면 밥통이 아주 바빠집니다.
원래는 모두 위의 오이 김치로 만들 생각이였는데 절이고 있는 오이들을 보니까 갑자기
오이 물김치도 먹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하다보니까 절인 오이 중 1/2는 오이 김치,
나머지 1/2는 오이 물김치가 되었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 상황. ^^
오이 물김치 재료
오이, 미국 일반 파, 당근, 사과, 무, 세라노 고추, 애너하임 고추, 소금, 설탕
오이 물김치에 넣은 파는 채치지 않고 그냥 한 5cm 정도 길이로 잘라서 넣었고,
무는 저번에 한인 마트에 가서 사왔던 게 아주 조금 남았길래 함께 넣었습니다.
사과는 2개 들어갔구요. 물김치에 고춧가루는 넣지 않았습니다. 대신 매운 맛을 내기 위해
세라노 고추 넣었고, 애너하임 고추(Anaheim peppers)도 연한 매운 맛을 낼 겸해서 넣었어요.
오이 물김치에서 애너하임 고추는 이례적으로 매운 게 아닌한 그냥 집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하지만 세라노 고추는 먹지 않는게 좋습니다. 먹으면 너무 매워서 입에서 불나요.
이 오이 물김치도 당연히 아주 맛있죠. 신기한 것은 제 아이들이 이 오이 물김치를 정말 좋아하네요.
매워도 너무 미친듯 맵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오이 비롯 재료들이 아삭아삭 하니까 맛있구요.
막둥이 네째는 물김치에 든 사과를 제일로 좋아합니다. 사과는 그냥 먹는게 더 맛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좋다니까 아이들 그릇에 담아서 따로따로 나눠 줬습니다. ^^
저는 아이들이 이 오이 물김치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지 몰랐어요. 아래 사진은 오이 물김치 담은
다음날 찍은 건데 2 통중 한통의 양이 상당히 줄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 찍은 후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퍼줬더니 한통이 거의 다 사라졌네요. 이 우찌된 상황?!?! 다음에 더 만들어야겠어요.
오이 물김치 통의 속을 들여다 봅니다. 김치가 속을 보이네요. ^^*
저희가 사용한 오이 물김치 플라스틱 통은 한인 마트에서 3.4kg짜리 김치를 파는 김치통입니다.
김치 다 먹고 남은 통을 잘 씻어서 보관해 두면 이렇게 김치, 피클, 장조림 등 여러가지
음식 보관통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통은 너무 오래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더군요. 한 2~3번 정도 음식 담는 통으로 사용한 후 버리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저희가 즐겨먹는 고추 종류인 세라노 고추와 애너하임 고추 사진입니다.
세라노 고추는 사진 찍을 때 제 그림자에 가려져 색이 약간 진하게 나왔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 노란색의 것은 바나나입니다!! ^^
크기에 대한 감을 드리려고 옆에 같이 찍어 두었으니까 혹시라도 바나나가
미국 고추 종류라고 오해하시는 분은 없으시길...
오이 김치 및 오이 물김치는 모두 남편이 주요 요리사, 저는 보조 요리사로 만든 것입니다.
저는 옆에서 하라는 대로 하기만 했어요. 배추김치 빼고는 김치는 남편이 더 잘 만들어요.
잘하는 건 계속 잘한다하며 엉덩이도 좀 토닥토닥 해주면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현명한 아내이기에... 우호호호~!
그래야 남편님께서 제게 이런 맛있는 김치들을 계속 줄기차게 만들어 주죠.
제가 이런 건 머리를 좀 쓰고 삽니다.
피닉스 홈스쿨맘표 생활의 지혜!!!
참고 관련 포스팅
2014/01/18 - [생활 속에서/즐거운 먹거리] - 미국 뿌리채소들 - 래디쉬, 당근, 비트, 파스닙 등등
2014/01/12 - [생활 속에서/즐거운 먹거리] - 피닉스 히스패닉 마트의 멕시코식 달달한 빵들
2012/02/14 - [멋진 신세계/피닉스와 애리조나] - 애리조나주 피닉스 히스패닉계 슈퍼마켓들
2012/02/12 - [멋진 신세계/피닉스와 애리조나] - 애리조나주 피닉스 식료품 장보기 (미국 슈퍼)
2011/04/06 - [멋진 신세계/시애틀과 워싱턴] - 워싱턴주 시애틀근교 한국 및 동양 식품 장보기 정보
2011/04/01 - [멋진 신세계/시애틀과 워싱턴] -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 식료품 장보기 정보 (미국 슈퍼)
'먹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양무 래디쉬(radish) 김치 - 색다른 김치를 담아 보자! (38) | 2014.01.20 |
---|---|
미국 크리스피 크림 도너츠 (Krispy Kreme Doughnuts) (35) | 2014.01.15 |
피닉스 히스패닉 마트의 멕시코식 달달한 빵들 (30) | 2014.01.12 |
맛있는 뉴욕 스테이크 질릴 때까지 먹기 (32) | 2014.01.09 |
집에서 먹는 간단한 저녁 - 스파게티 앤 미트볼 (18) | 2013.12.25 |